애초부터 시청률에 많은 욕심을 낸 드라마는 아닌 듯 보였다. ‘이지아 컴백 드라마,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 ‘ 피어나지도 못하고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의 헤드라인 주인공, 바로 드라마 ‘나도 꽃’ 말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욕을 해 댈만한 신데렐라 스토리도 없고,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불륜&막장 스토리도,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을 백혈병(혹은 암, 기억상실증) 스토리도 없다. 아리땁고 돈도 많은 완벽한 주인공이 나오기는커녕 상처와 상실감으로 뒤덮인 너덜너덜한 인물들이 주를 이룰 뿐이다. 그렇다. ‘나도 꽃’은 스토리 자체의 흐름이나 재미에 치중하기 보다는 인물 한명 한명이 갖고 있는 감정과 심리들을 조심스럽게, 주의 깊게 살펴봐야하는 섬세한 드라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 끊임없이 마음을 자극하고 비틀어대는 재미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심심하고 밋밋하게만 느껴지는 드라마일수도 있겠다.

이 드라마만의 스토리, 색깔, 감성은 결국 평균 시청률 6.5%(AGB닐슨,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결국 조기 종영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가 보고 있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적인 성향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청자가 시청자를 무시하는 태도임이 분명하다. ‘나도, 꽃’의 많은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이나 블로그 활동을 통하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의 유, 무를 떠나서 시청을 시작한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청자의 당연한 권리를 위하여, 조기 종영에 좀 더 관심과 분노를 가져보자.




방송국의 상반된 메시지. 연장과 조기 종영

MBC가 ‘나도, 꽃’의 조기 종영 소식을 알린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송사의 어떠한 드라마는 연장 방송의 쾌재를 불렀다. 바로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애정 만만세’이다. 방송사들은 흔히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다든가, 마무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든다. 또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을 입어서'라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맥락이 드라마 연장의 이유가 된다면, 기획된 스토리를 자르고 잘라가며 시청자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조기 종영을 하는 방송국의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방송국은 진정 드라마의 보다 질 높은 엔딩에 관심이 있기는 한 것일까.

조기 종영을 앞둔 드라마는 방황하고 있다. 드라마 스토리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소리다. 마치 끝을 내기 위해 달리는 드라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청자들은 보는 내내 불안할 따름이다. 즉 조기 종영이란 진단을 받은 드라마는 일찌감치 끝을 맺기 위한 급조된 기술적 마무리일 뿐,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는 기대할 수 없다.

완성도뿐만 아니다. 재미는 이야기할 것도 없다. 재미란 기대되고 그 기대에 힘입어 궁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내 예상과 맞거나 그것을 뒤집거나 벗어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긴장과 흥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 조기 종영을 앞둔 드라마는 더 이상 드라마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순간 드라마는 끝난 것이다.



MBC '나는, 꽃'의 시청자 게시판



왜 시청률 때문인 것을, 시청률 때문이라 말을 못하는가.

MBC는 드라마 ‘나도, 꽃’의 조기 종영에 대한 이유를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는 일정 탓’이란 라고 말한다. 이러한 방송사의 변명과 핑계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막무가내가 아니다. 사실 조기 종영에 분노하는 많은 시청자들도 방송과 시청률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드라마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방송사 입장에선 이미 드라마를 만드는데 들어간 투자비용이나 인력, 시간 등의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적자는 이미 당연시된 결과이며 동시에 광고주들도 떨어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즉 이러한 시청률에 의한 자본의 논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송국이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프로그램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분명 최선이 아니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의 선택에 대한 솔직한 이유, 그리고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뻔히 드러나는 사실 앞에서 그에 반하는 입장을 밝히며 주위를 교란시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궁여지책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방송사는 마지막까지 드라마 스토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조기 종영에 대한 사과의 태도를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방송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하여 시청자들과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MBC는 2011년 상반기에도 드라마 ‘폭풍의 연인’과 후속작 ‘남자를 믿었네’를 연속으로 조기종영을 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듯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저조할 때면 조기 종영을 밥 먹듯 일삼는 MBC는 알아야 한다. 시청자와 프로그램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그들이 항상 논하던 대기업의 미디어 통제와 상업방송에 대한 입장을 깡그리 우습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광고주는 놓치지 않았지만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