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 한 음식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국인이 진행하며 한국어 자막이 나오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전통음식을 바탕으로 서양음식과 결합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기존의 맛집프로그램들과는 달랐다. 주인공은 미군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마르자와 유명 셰프 장 조지 부부였다. 그들이 한국 음식을 소개해주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장 조지의 한식과 양식의 퓨전을 통해 한식이 새롭게 탄생하는 모습은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내가 알고 있던 한국 음식들이 특별하고 색다르게 다가왔고 나도 모르고 있던 음식 속에 담긴 역사를 외국인이 소개해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게 나는 외국인이 소개하는 한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한식 소개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로

 ‘김치 크로니클(Kimchi Chronicle)’은 현재 Olive TV에서 방영하고 있는데, 국내 제작프로그램이 아닌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13부작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2011년 5월 18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방영됐다. 마르자와 장 조지 부부는 한국 각지를 돌며 촬영해 매화마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 불고기와 안동 간고등어, 제주도 전복 등 지방의 유명 음식과 관광상품도 소개한다. 영화 X맨으로 유명한 ‘휴 잭맨’과 할리우드 스타 ‘헤더 그레이엄’이 함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점은 단순히 음식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한식에 대한 정보와 한국 문화까지 함께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녹차밭을 방문했을 때는 차를 볶는 한국 전통 방식인 ‘덖음’ 과정에 대해 자세히 다루기도 했고 제주도의 토속음식인 ‘몸국’을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다양한 이북 음식들과 나물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사찰 음식까지 한식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김치 크로니클’만의 특별한 매력은

  매 화마다 한식을 새롭게 해석한 퓨전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빠른 장단의 국악 BGM과 함께 소개되는 퓨전 요리가 소개되는데 살아있는 게 대신에 삶을 게로 만든 간장게장이나 김치를 넣어 만든 타르타르 소스와 생선튀김, 그리고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통해 한식이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마르자가 한국인의 피가 섞인 입양아라는 점과 그녀의 남편 장 조지는 프랑스와 아시아 요리를 결합한 퓨전 요리로 세계 최고 요리사 반열에 오른 셰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입양아인 마르자는 본인에게는 단순히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는 한식을 다른 외국인보다 더 잘 설명해줄 수 있고 장 조지는 최고의 셰프답게 퓨전으로 한식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단순히 한식을 소개하고 시식하게 해 ‘맛있다’는 뻔한 대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한식에 담긴 철학과 세계화 가능성까지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김치 크로니클의 한 장면. 오른편이 주인공 마르자.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에는 다가가기 쉽지 않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 한국 음식의 매력이다. 장 조지는 마르자가 혼수로 가져온 김치 냄새를 맡고 시체 썩는 냄새인 줄 알았다고 하는데, 점점 한국 음식에 익숙해진 그는 한국 음식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한국 음식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충분히 세계화될 수 있는 음식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를 통해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다가가냐는 것이다. 한식블로그 ‘젠김치’ 운영자인 조 맥퍼슨(Joe McPherson)은 공감코리아 칼럼을 통해 한국 정부는 한식의 세계화를 겉으로만 외칠 뿐 실제로는 별 관심이 없는 거 같다고 꼬집었는데, 한식의 세계화를 표방하는 행사들이 결국 국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점이 우습다고 전했다.[각주:1]

  최근에는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의 경우는 한식을 홍보하는데 중점을 둔 책이 아니라 국정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거기에 해당 출판사에 간섭과 압박까지 가해졌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식의 홍보와 세계화를 위해 예산을 투자해 만든 책자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 자체가 씁쓸하기만 하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행사들에 초점을 맞추거나 책자를 만들기보다는 외국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한다. ‘김치 크로니클’이 한식과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퓨전 요리를 통해 한식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화컨텐츠를 만들어 해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류의 인기를 통해 잘 만들어진 컨텐츠 하나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식도 처음부터 음식으로 승부하려고 하기보다는 컨텐츠로 만들어져 충분히 가까이 다가간다면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1. http://www.korea.kr/celebrity/cultureColumnView.do?newsId=14872359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