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저잣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시정잡배에 불과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그의 고백이다. 그는 한없이 낮은 존재를 관찰하고 사랑하며 그만큼 자신도 낮아지려하는 사람이다. 또한 그가 문장 끝에 ‘조낸’, ‘캑’, ‘즐’ 따위의 단어를 붙이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그의 이름은 이외수. 이번에 그는 독자들에게 인생의 절대강자가 되는 방법을 전수한다. 이름 한번 강력한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 절대강자>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부터 그가 전수하는 인생 정면 대결법을 살짝 엿보자.

 선방 -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시 알기

어릴 때는 멋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모두 꿈이 된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꿈은 점차로 줄어든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멋있는 것들만 보면 다 도전하고 싶어진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이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행동을 했을 때 흔히 “철들었구나.”하고 칭찬하듯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칭찬이 아니다. ‘철든다는 것’은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철든다는 것은 더 이상 칭찬이 될 수 없다. 이는 꿈이 하나씩 줄어든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독자에게 인간은 무엇 때문에 철들기를 바라며 왜 철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다.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과학자든 대통령이든 떠오르는 모든 것이 장래희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세상에 나와 현실을 보게 되었고 이와 동시에 철들어버렸다. 철들어버린 순간 과학자, 대통령과 같은 꿈도 사라졌다. ‘과학자, 대통령이 꼭 되어야지’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마음가득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88만원세대’라 불리는 한국의 20대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가슴 아픈 별명 하나가 붙어졌지만, 한국의 20대도 알고 보면 한 때 피아니스트나 축구선수를 꿈꾸며 자랐다. 그러나 현실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서 ‘꿈을 가진 자’보다는 ‘꿈을 버릴 수 있는 자’를 선택한다. 이 쯤 되면 우리 철들기 싫어진다. 이처럼 절대강자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결정적 한 방 - 너그러워질 것

울지마라. 인생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가을이 끝나면 긴 울음 남긴 채 빙판 같은 하늘을 가로질러 제 모습 지우고 떠나는 기러기떼. 새들도 제 살 땅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 나무들도 아픈 기억을 한 잎씩 떨구어 제 시린 발등을 덮는다.
이외수 작가의 책 속에는 독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책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콕콕 저려온다. 나무도 추운 제 몸을 지키려 자신의 일부인 잎을 떼어내어 발등을 덮는다니,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 때문인지 자연에 대한 단상이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사람은 왜 좀처럼 작은 일에 흥분하고 마음 씀씀이를 크게 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꼬집어 준다. 그대가 한 눈 파는 사이 세상 만물들은 우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밥 한 공기 먹는 도중 어쩌다 씹힌 돌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대에게 너그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은근슬쩍 알려준다.

그리고 그는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다. 독자는 이 질문에 얼마나 떳떳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다지도 빡빡한 사람이었나 하는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절대강자가 되는 법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 한 방 - 사랑할 것 그리고 이별할 것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그대의 시간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사랑 속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는 사랑이 만물에게 통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대상은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동물, 집, 숲에서부터 모태에 있는 아기들까지 다양한 대상이 사랑의 존재가 된다. 그 전에 외로움과 그리움까지 더해진다면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 몇 번 까딱거려 여친·남친을 불러내는 요즘 시대의 사랑, 즉 젊은이들이 사랑을 인스턴트커피처럼 생각하는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꾸짖는다. 아무리 편리한 세상이라도 자판기에 동전 넣고 사랑을 뽑아 먹을 수 없다는 소리다. 이외수 작가는 진짜 사랑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독자들 역시 진짜 사랑에 대해 알고 싶다. 손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 데 사흘이 걸리던 때처럼 누군가를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랑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독자에게 한없이 사랑하고 이별할 때는 한없이 가벼워 질 것을 요구한다. 오히려 사랑할 때보다 이별할 때 인생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연해 본 사람만이 노래 가사 하나하나 마음에 새길 줄 알게 되며, 콘크리트 사이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눈부시게 여길 수 있다. 인생의 절대강자가 되는 마지막 방법은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이다. 뜨겁게 후회 없이 사랑하고 가슴이 먹먹한 아픔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자.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진정한 고수에게 비법을 전수받는 제자처럼 겸손해진다. 아픔, 사랑, 행복 따위의 단어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지나쳐 버렸던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려는 순간 막막해진 당신이라면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대여, 들리는 모든 것이 아픔이 되고 보이는 모든 것이 눈물이 되는 그 순간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