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고함20에 ‘학내 언론, 이제라도 우리의 권리 찾자’(http://goham20.com/1440)는 기사가 소개된 바 있다. 학내 언론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학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 무관심한 학생들 등 학내 언론에 대한 문제점을 다양하게 짚어준 것이 좋았다. 고함20에서는 2009년에도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해 다양하게 소개한 바 있다. (http://goham20.tistory.com/121)

전부터 학내 언론에 대한 위기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어 왔지만 일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내 언론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찾자는 말에 공감하기 힘든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학내 언론 이외에도 트위터같은 SNS와 인터넷 공론장을 이용할 수 있다. 꼭 학내 언론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고 학내 언론은 그 가운데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학내 언론이 학생들의 참여를 더 이상 유도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단순히 학내 언론 기관에 속한 학생이나 일반 학생들의 무관심의 문제만이 아니다. 학내 언론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해결책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학내 언론인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학내 언론 기관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2011년 5월 22일 연합뉴스 기사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주요 대학 학보사에 수습기자 지원자가 급감해 일부 학보사는 모집정원에 미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의 경우 2011년 3월초 수습기자 공채를 했으나 지원자가 5명에 그쳐 한 학기 적정 채용인원인 10명에 못 미쳤다. [각주:1] 

지원율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학내 언론 활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대부분의 학내 언론들은 방학을 이용해 TR이라 불리는 Training과정을 거쳐 학내 언론인으로서의 역량을 갖춘다.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하더라도 다른 친구들은 기록으로 남는 스펙을 쌓고 계절 학기를 듣는 방학 기간에 오로지 학내 언론인이 되기 위한 준비만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Training과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 학기 중에는 학보사의 경우 매주 학보를 만들고 방송국의 경우 매일 방송을 하는 등 다른 대학생들보다 소위 “빡쎈” 대학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학내 언론에 관심을 가졌던 학생들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몇 안되는 학생들만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학내 영자 신문부 활동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백모 학생의 말에 따르면 “밤을 새는 일이 잦고 일이 과부하 되는 경향이 있어서 더 이상 활동을 잇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월간지가 아닌 주간으로 발행되는 학보나 매일 방송을 하는 방송국의 경우 일의 과부하 정도가 더 심하다. 학내 방송국 활동을 하다가 중간에 나가게 된 한모 학생은 “기관에 얽매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며 “대학교에 들어와서 할 수 있을 거라고 꿈꾸던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할 거 같아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출처http://www.donggukin.org/news/articleView.html?idxno=239278


 
인력난이 가지고 오는 문제점

학내 언론에 소수 인원만 남게 되는 상황은 또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남아있는 몇 명에게 부담이 몰리게 되고 그 결과 취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학내 특종을 잡아내고 새로운 아이템을 취재하는 것보다는 우선 학보를 만들고 학내 방송을 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기사의 신뢰성과 참신성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학생들은 이러한 학내 언론을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과연 학내 언론 기관의 위기는 학내 언론의 전문성 부재와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 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내 언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명맥을 잇기 힘들고 미래가 없는 학내 언론은 모두 인력난에서 파생된 문제이다. 이는 과열된 학점과 스펙 경쟁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대학생들의 사회 현상에 대한 무관심이 만들어 냈다.

학교 밖에서 본 학내 언론

그러면 학교 밖에서 본 학내 언론은 어떨까? 기성 언론사에 있는 한 기자는 “학보사나 학내 방송국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은 없다”며 “특종이나 참신함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학생들의 입장을 잘 반영할 의무가 있는 학내 언론들은 학내 특종을 잡아내거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연세대학교 방송국의 경우 개국 당시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신촌 일대에 방송을 전할 수 있었지만 1975년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고 외부로 방송을 할 수 없게 됐다. 한 때 학내에서 학교 밖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학내 언론은 이제 학교 밖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보기 힘들어졌다.

학내 언론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그럼 과연 학내 언론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학내 언론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학내 언론사는 대체로 보수적이고 변화에 유동적이지 않은 면을 가지고 있는데, 시대가 바뀐 만큼 학내 언론도 현실을 직시하고 보수적인 성격을 조금씩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학내 언론인을 지망한 학생들에게 단순히 무작정 희생하고 학내 언론에만 힘쓰라고 말할 수 없다. 전문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제공하고 학내 언론에 참여한 학생만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스펙을 마련해주는 등 시대에 맞는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내 언론은 학생들에게 다른 매체들보다 영향력 있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내 언론은 기성 언론에 비해 학생들과 더 가깝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만한 파급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영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내 언론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작게는 학내 언론사인 학보사, 방송국, 영자신문사, 각 단과대의 학보사 등이 힘을 합쳐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공론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크게는 각 대학교의 학내 언론사들이 힘을 합쳐 소리를 하나로 모아 기성 언론에 대항할 수 있을만한 영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도 자신들 가까이에 있는 학내 언론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지역 자치단체와 연계하는 것도 학내 언론의 위기를 타개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도 한 지역의 구성요소인 만큼 지역 자치단체와 협력해 학내와 학내 주변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학내 언론의 위기를 인지하고 극복하는 것은 단순히 학내 언론의 위상을 살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학내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내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대학생, 그리고 20대들의 사라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만큼 학내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같이 모색하고 해결할 필요가 더 절실할 것이다.



 

  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07414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