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상대 후보를 금품으로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지방법원에서 벌금 3천만원 선고를 받았다. 지난 9월 구속 영장이 발부돼 부교육감에게 직무를 넘겨줬던 곽 교육감은 이 날 선고로 교육감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재판부는 박명기 후보에게 제공됐던 돈 2억원의 대가성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정황상 곽 교육감이 돈을 건낸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해 징역이 아닌 벌금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반발해 항소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곽 교육감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곽 교육감에 대한 판결에 여론의 반응이 자못 혼란스럽다. 곽 교육감이나 검찰 등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언론, 곽 교육감을 비판하는 이들이나 그의 지지자들은 다른 이유로 하나같이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곽 교육감의 지지자들은 그가 선의로 돈을 건넸으므로 벌금 선고가 아닌 무죄 판결을 내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대가성이 있고 돈을 받은 박 후보가 실형을 받았으므로 곽 교육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밝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법원 밖에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듯하다. 1심이 치러진 이상, 법적인 판결은 재판부와 검찰, 곽 교육감 등 당사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는 얘기다. 사건의 쟁점이 되고 있는 박 후보에게 넘어간 2억원이 대가성이 있냐는 점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이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양측의 중간 지점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2심과 3심이 남아 있다는 점도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 까닭 중 하나다. 지금 판결이 내려진 곳은 지방법원이지 대법원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곽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이 업무 정지 상태에 있을 때 서울시 교육청은 개혁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특히 직무대행을 맡았던 이대영 부교육감은 서울학생인권조례에 재의를 요구하는 등 곽 교육감과 상반된 견해를 보여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발을 맞추는 행보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면들이 서울시민들의 민심과 어긋나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민들이 진보성향의 곽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건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개혁을 바래서다. 곽 교육감이 없는 서울시 교육청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곽 교육감의 복귀를 환영하는 이유다. 그가 복귀 즉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가 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연일 발생하는 왕따, 학교폭력 문제도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해자에게 강력한 철퇴를 던지고 기록을 남겨 낙인을 새기는, 처벌 강화 일변도의 정책의 대대적인 전환, 이전까지 명문화되지 않았던 학생들의 인권을 담은 학생인권조례의 통과가 곽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이다. 곽 교육감은 벌금형을 받았지만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자세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