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케이블TV 사업자(SO)들이 KBS2TV 재송신을 중단했다. 일부 지역 및 유선방송 시청 가구를 제외한 1500만 가구가 KBS2를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의 원인은 지난 2007년부터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 사업자들이 빚어온 재송신료 갈등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측에 가입자 당 280원의 요금을 낼 것을 요구했지만 케이블 측은 100원이 최대라며 맞서고 있던 것이 방송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으로 불거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O 측에 5500만원의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하며 방송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SO 측이 이를 거부해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송출 중단을 발표하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까지 재전송이 유료화되면 시청자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SBS와 MBC 송출 중단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영업 정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고, KBS 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측은 KBS2 채널을 송출하는 대신 'KBS2의 요구로 방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띄워놓은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케이블TV 측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내세워 방송을 중단했지만, 막상 시청자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전국의 75%에 해당하는 1500만 가구가 KBS2TV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장 즐겨보던 프로그램들 뿐 아니라,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TV 시청도 즐길 수 없게 됐다. "KBS 프로그램을 볼 시청자들의 권리는 누가 보장해주느냐"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사실 케이블TV 측이 극렬하게 지상파 유료화를 반대해왔던 진짜 이유는 '수지타산'의 문제 때문이다. 케이블 측이 시청료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료를 내게 된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입자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 사업자들은 속사정은 뒤로 하고 '보편적 시청권 확보'라는 정의로운 대의를 앞세워 지상파 유료화를 반대해왔다. 이는 분명히 기만적이고 부도덕한 태도다. 시청권을 확보한답시고 일방적으로 송출을 중단하는 독단적인 행동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자유를 침해했음은 물론이다.

출처 연합뉴스

 

물론 280원의 요금을 요구하며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방송사 측에도 문제는 있다. 양 측 모두 이윤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머지 '시청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러나 케이블 TV 측의 행동은 극단적이고 어리석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듯했던 케이블 측의 태도는 '시청자를 위해서'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를 인질로 삼아 지상파 방송사 측을 이기고 말겠다는 듯한 자세다. 그런 자세가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케이블TV 측은 송출 중단이라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그만두고 정중하게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시청자들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 측과 정상적인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