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적게 주고 살 순 없을까? 어느 날 뉴욕에 ‘노 임팩트 맨’을 자청한 남자가 나타난다. 작가 콜린은 아내 미셸과 어린 딸 이자벨라와 함께 일회용품과 전기, 자동차 없는 1년을 지내기로 한다. 이른바,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다. 


자전거로 출근하고, 친환경세제를 직접 만들고, 천 기저귀를 빨아 쓰고, 항아리와 아이스박스로 냉장고를 대신하며, 지역 농산물만 소비하는 새로운 생활. 흥미와 조롱이 섞인 시선을 받고, 완전히 바뀐 생활 방식으로 불편해하지만 하루하루 잘 적응해가던 이 부부에게 갈등이 생기는데, 그 원인은 바로 ‘커피’다. 

▲ No impact family


커피 생산지는 한정되어 있다. 즉, 커피는 몇 군데 생산지를 제외한 대다수 나라에서 수입을 하는 식품이다. (우리나라에도 100% 커피 원두를 수입한다.) 그런데 장거리 이동 식품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운송 수단 사용이 불가피해 환경에 유해하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수출기업, 수입기업, 운송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중간 행위자들이 많이 개입하게 되어 생산자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고,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 평균 기온 약 20도, 연중 큰 기온 차 없음, 평균 강우량 1,500~1,600mm, 유기질이 풍부한 비옥토나 화산질 토양이 적당히 있는 지역.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키는 커피원산지는 남북 양회귀선 사이에 위치해 지도상 벨트를 이루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시작된 것이 ‘로컬푸드 운동’이고, 1년 동안 '노임팩트맨'이 되기로 한 콜린도 여기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잡지사에서 일하며 매일 커피를 마시던 미셸이 이를 끊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미셸은 몰래 커피를 마시고, 부부는 이를 계기로 그간의 불만까지 뒤섞인 말다툼을 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의 결말이 ‘노임팩트맨 프로젝트’의 불가능성을 알리거나, 무리한 환경보호 실천은 가족의 평화를 해친다고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콜린 부부는 일 년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를 막고 가족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단 몇 가지 행동이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 생각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한다. 미셸의 경우에는 커피는 마시되, 쇼핑을 줄이고 지역 음식을 최대한 애용하며 자전거 타기를 생활 화하기로 한다. 또 콜린의 ‘노임팩트맨 프로젝트’ 강의를 들은 학생은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지켜나가기로 한다.
 

▲ 365일동안 환경에 무해하게 살아보겠다는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


필자도 영화를 보면서 커피를 끊을 순 없다는 미셸의 말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으며, 자연친화적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집에 벌레가 들끓을 때는 ‘저렇게 살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환경세제나 지역 농산물 시장에는 눈길이 갔고, 어린 딸 이자벨라가 TV 앞이 아닌 도시의 텃밭에서 즐거워하고, 콜린과 미셸의 친구들이 전깃불 대신 촛불을 밝힌 방에서 색다른 모임을 가질 때 감동과 동경심마저 들었다.

당연하게 생각해 온 습관들, 생각 없이 먹어 온 음식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고민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인간은 지구에 유해하다’는 자각과 함께, 살아오면서 환경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진지하게 반성해 본다. 오늘따라 커피 맛, 참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