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졸업시즌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졸업식은 고등학교 졸업식일 것이다. 졸업식은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정든 학교에 안녕을 고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장의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찰차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경찰차는 일명 ‘밀가루 졸업식’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 ‘밀가루 졸업식’이란 아이들이 졸업을 자축하기위해 서로에게 밀가루나 계란을 던지고 교복을 찢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몇년 전부터 일진들 사이에서 후배들의 옷을 벗겨 사진을 찍으며 축하해주는 문화로 변질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잘못된 졸업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내고, 누리꾼들은 “나라에서라도 막아야한다”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에 힘입어 졸업식장에 경찰차가 출동하는 웃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일진들이 후배들의 옷을 벗겨 사진을 찍으며 졸업을 축하해주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찰차가 출동해서 막기 전에, 아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보통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졸업을 보면 강단에서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과 함께 학생대표로 전교1등이 졸업장을 받고, 그 사이 대다수의 아이들은 웃고 떠들기 바쁘다. 이에 대해 서울 동북고등학교의 졸업생 김도현(20)씨는 “졸업식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들러리에요. 공부 잘한 애들 상 받는 거 축하해주러 오는 거죠.”라고 말한다. 졸업식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사과해야한다.

졸업식은 아이들이 축하받는 자리이다. 그런데 막상 졸업식에 가보면 아이들보다 교장선생님 및 귀빈들이 박수를 더 많이 받는다. 축하받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인데 왜 박수는 아이들이 치는가? 끝까지 형식주의에 사로잡힌 채 어딜 가나 똑같이 진행되는 졸업식에서 아이들은 밀가루를 서로에게 던지며 마지막 일탈을 꾀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기념할만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동명여고에서는 매년 한복을 입고 전통 성년례와 함께 졸업식이 진행된다. 고운 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에게서 밀가루 졸업식은 찾아볼 수 없다.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졸업식을 스스로의 축제로 여기는 것이다. 졸업식은 엄숙한 의식(ceremony)가 아닌 자유로운 축제(festival)가 되어야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축제를 꾸려나가게 한다면, 밀가루 졸업식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