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학생들에게는 심히 불편한 소식이다. 인천시교육청이 방학 후에 기말고사를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상은 인천시의 초, 중, 고등학교. 이는 4개의 시범학교를 통해 결정한 일이라고 한다. 이 추진계획에 따르면 각 학교는 여름방학 후에 1학기 기말고사를, 겨울방학 후에는 2학기 기말고사를 실시하거나 학교재량에 따라 일부과목을 방학전후로 나눠 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계획의 목적은 먼저, 가정 형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5일 수업제 전면시행으로 가정형편에 따라 주말에 학원에 가거나 그렇지 못하는 학생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점이 배경으로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학습 선택권 조례로 인한 방과 후 학교 또는 야간자율학습의 참여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습선택권조례란 인천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조례로, 학생 스스로 야간자율학습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입법이다. 조례를 시행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인천지역 초, 중, 고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또는 야간자율학습의 참여율이 10%~20%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을 접한 학생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하게 될 최정원 양은 “방학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본래 방학은 학생들이 취미활동도 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기간이다.”며 “그런데 앞으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학 때도 학교에 나가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상식적으로 방학 후 기말고사를 반길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들과 학생들의 항의 글로 교육청게시판이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청에서는 계속해서 계획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밝혔다. 허나 이번 방학 후 기말고사는 여러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으니 입시에 민감한 한국교육현실에 자칫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방학 후 기말고사’계획이 어떠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출처: 한겨레


방학 후 기말고사가 지닌 치명적인 문제점.

방학 후 기말고사가 지닌 치명적인 문제점의 첫 번째, 바로 시범학교의 실태를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방학 후 기말고사 계획’을 인천시 4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시범학교들에 대한 실태조사는 제대로 분석과 검토되지 않았고, 단순히 방과 후 학교의 학생 참여율이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방학 후 기말고사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방학 후 기말고사 계획’의 명분이 되어야 할 시범학교들의 실태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정책은 탁상행정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4개 학교 시범 운영 결과,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학력향상에 대한 필요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이와 같은 계획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력향상에 대한 필요성’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현장에서 학력향상에 대한 필요성만 있다고 학생들이 그대로 수긍하며 머리띠를 졸라매고 공부를 하진 않는다. 부담스런 교육방식아래의 학생들은 압박감과 더불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본래 목적에 반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방학 때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고 수업시간을 늘린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투자시간에 비례해 성장하는 RPG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학원’이라는 외부 사설 교육시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방학기간동안 학교에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발생하는 공교육의 공백상태가 소득계층에 따른 학습기회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학력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기에 방학 후 기말고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학원이라는 외부 교육시설을 고려는 했으나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 분명 방학 후에 기말고사를 보게 된다면 입시에서 중요한 ‘내신’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방학 보충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은 맞다. 하지만 보충 수업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학교 보충 수업이 학원수업처럼 밤늦게까지 있지 않다. 늦게 끝나봐야 오후 5시다. 형편이 된다면 보충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학원에 가게 된다. 결국 방학 후에 기말고사를 봐도 소득에 따른 학력편차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방학 후 기말고사는 학습선택권조례와 모순된다. 본래 학습선택권조례란 정규수업외의 수업들에 대한 학생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학습선택권조례로 인해 방과 후 학교랑 야간자율학습의 참여율이 감소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 참여율을 되돌리기 위해 방학 후 기말고사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학생들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학생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교에 나가게 될 것이고 학습선택권조례는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교육청은 학습선택권조례가 만들어진지 2달 만에 이에 반하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곳이 바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인천시교육청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

교육청의 고집에 따라 인천시 학교들은 앞으로 ‘방학 후 기말고사’를 보게될 전망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제 방학식 다음날부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될 것이다. 방학식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게 되고, 학생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등교한다. 방학 후 보게 될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방학 보충수업이 끝난 일부 학생들은 학원과 과외로,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할 것이다. 학습선택권조례가 존재하지만 기말고사라는 족쇄에 합습선택권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보충수업 중에 분명히 기말고사와 관련된 수업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름방학을 맞아 해변에 맘 놓고 놀러 갈 수도, 겨울방학을 맞아 스키장에 맘 놓고 놀러갈 수도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바캉스에 문제집이 함께해야 한다.

방학 후 기말고사를 보게 된다면 분명 이런 시나리오가 탄생하게 된다. 이제 학생들은 방학식을 D-DAY로 정해놓고 기다리던 낭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입시지옥’을 말하며 공부에 찌든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던 어른들이 방학에도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이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이게 진짜 ‘지옥’인 것을 어른들은 간과하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