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대는 참여율이 낮고 결집력도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2011년 동덕여대는 달랐다. 학생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될 때까지”를 외치며 동덕여대를 뜨겁게 달궜던 그녀가 있었으니, 바로 45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국제경영 09학번 연시영씨다. 그녀는 학생회 활동이 전무했지만 학내에서 반값등록금 서명운동을 펼쳐 전국 2위의 지지서명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여전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인 바쁜 그녀를 동덕여대 앞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2012년 임기를 앞둔 그녀의 각오는 여전히 “될 때까지”였다.



- 안녕하세요, 먼저 당선을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의 경선 때문에 2011년 동덕여대가 뜨거웠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음, 우선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제일 컸던 거 같습니다. 학생들이 의견을 내도 학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등록금 인하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그 외에 여러 사안들에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거 같아요. 그것이 가장 컸고, 그 전에 했던 활동들이 바탕이 돼서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오게 된 거 같습니다.

전국일주에서 정치인과의 만남, 총학생회장이 되기까지

오른편이 연시영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출처 : 동덕총학 페이스북



-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신 거 같은데요, 그럼 그 전에 했던 활동들에 대해서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

1학년 때만 하더라도 저는 뚜렷한 생각이 없었던 학생이었습니다. 우선 국제경영이라는 과를 선택하게 된 것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었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우연히 전국일주를 하게 됐는데 학점이나 학교생활에 신경쓰기 보다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한.중.일 역사토론세미나에 참석하게 됐어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 희망’이라는 연합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죠. (‘대학 희망’ 동아리는 ‘세상에 도전하는 대학 희망’이라는 이름을 걸고 벽화, 도배활동, 기차배낭여행, 퍼포먼스&플래시몹 등의 활동을 하는 연합동아리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club.cyworld.com/hopeu 참고) 그 때부터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고 이해하지 못했으니 말이죠. 그 때 집회현장을 처음 접했는데 무서웠다기보다는 좋았어요. 억울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부터 사회 현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던 거 같아요.

그리고 2010년 여름방학에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셨던 정치인 이상규 선배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분을 만나고 나서 그 편견이 깨지게 됐어요. 아마 그때부터 사회 문제에서 정치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이 됐던 거 같은데요, 정치가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고 사회에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실은 그때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자아와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자아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이 저를 더 움직였던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대학희망’ 동덕여대 지부장이 됐고, 반값등록금 지지서명운동도 시작하게 되면서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다양한 것들을 많이 경험하는 대학생활을 보내신 거 같은데요, 이 외에 당선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총학생회장에 1000표 차이로 당선됐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어요. 저는 학생회 경험이 전무하고 저희 총학생회가 전체적으로 학생회 경험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희 선본원이 8명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선거기간동안 밤 12시 전에 집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다들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믿을 것은 체력뿐이라는 생각에 15분 동안 7,8개 강의실을 돌기도 했고 동덕여대는 청담과 혜화에도 캠퍼스가 있는데 그 곳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홍보를 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그 진심이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한 만큼 진심이 전해진 것이 당선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갈 길이 먼 2012년 - ①비리재단 복귀 논란
 

- 작년 동덕여대에 비리재단이 복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본 비리재단 복귀는 어떤가요?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87498.html)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자기 돈처럼 사용했던 사람들이 다시 학교에 돌아온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정식 절차를 거쳐서 취임했다고는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 년에 걸쳐서 이 문제로 학교와 싸워왔는데도 변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력감과 패배감을 느껴요. 이사장실 점거와 천막 농성도 있었고 반대 운동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결국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권리가 없다고 느끼기도 하구요.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비리재단 복귀에 반대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힘으로는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더 큰 힘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학생들이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 외에도 제도권,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4월 총선이 다가오는데 총선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20대들도 정치와 투표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임기 초반이신데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신 거 같은데요,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아직 활동 중에 있기 때문에 당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비리재단 측근 이사회 회의 저지 시위가 인상깊다면 인상깊어요. 몇 년 동안 이사회 회의가 있을 때마다 계속해왔던 시위였기 때문에 딱히 특별한 점은 없던 시위였습니다. 학생들은 이사회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본관을 점거하고 출입을 막고 있었죠. 결국 그 분들은 건물에는 들어가지 못하셨는데, 그래서 옆 건물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정말 화가 났어요. 그 분들은 결국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회의가 열리는 옆 건물로 이동했는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곳 문들이 다 잠겨 있더라구요. 그 때 제 눈에 작은 창문 하나가 열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저기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학우들한테 위로 올려달라고 해서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 창문을 통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있었어요. 회의를 진행하고 계시던 분들은 난리가 났었죠. 학생처장님, 총장님도 호출하셨구요. 다른 학생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저지했지만 학생들은 들어오려고했고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어요. 당시 무슨 생각으로 창문을 넘었는지 잘 모르겠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 어떻게 창문을 넘을 생각을 하셨는지 조금은 놀라운데요, 주변 학생들의 평은 어떤가요?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학생도 있는 거 같아요. 욱하는 감정이 앞서다보니 어떻게보면 극단적인 행동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 측의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났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학생들이 인정하는 이사회라면 떳떳히 본관에서 회의할 수 있었을텐데 다른 건물까지 이동해서 진행된 것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갈 길이 먼 2012년 - ②등록금 인하와 등록금심의위원회

- 비리재단 복귀는 동덕여대가 긴 시간동안 싸워왔던 문제라면 등록금 인하의 경우는 많은 대학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등록금 인하를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후 바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총 2407명의 학생들이 설문에 응해주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이나 그것이 힘들다면 등록금 10% 인하를 원한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10% 인하라는 수치는 적립금을 사용하면 인하될 수 있는 수치라고 보면 됩니다. 동덕여대 적립금이 사립대학 순위 중 5위입니다. 7000명이라는 적은 학생 수에 비교했을 때 적립금의 액수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이 적립금을 이용해서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등록금심위위원회 구조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 등록금심의위원회라는 개념이 조금은 생소한데요,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교 측 4명, 학생 측 3명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를 통해 학교 측과 학생 측이 합의를 해서 등록금이 책정되는데 의결권은 없는 기관입니다. 의결권은 없더라도 학생들의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회의죠. 그러나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이고 자료 열람에도 한계가 있는 등 학생들에게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 측 4명 중에 한 명은 총동문회장님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공정한 구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학생추천 전문회계인 한 명을 더 추가해 4:4로 구성하기 위해 추진 중입니다. 학생추천 전문 회계인이 추가된 구조는 등록금을 책정하는데 학생들의 의견이 더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죠. 비전문적이지 못한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 회계인이 추가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문제인 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 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라는 곳이 있는 지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아마 모르는 다른 학생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요?

네. 많은 친구들이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진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지들과 핵심 내용들을 위주로 설명해서 잘 모르는 학생들도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이것을 저희 커뮤니티에 올렸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수고한다고 댓글을 많이 남겨줬어요. 그 댓글들을 통해 힘을 많이 얻고 학우들과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 인터뷰 감사드리구요, 마지막으로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에서 맞이하는 2012년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운동 때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기간동안 2주 넘게 땀에 젖어서 밤늦도록 선거운동을 했는데, 그러는 중에 꼭 당선돼서 학교를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었어요. 남은 임기도 선거운동 때의 마음가짐처럼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뛸 예정입니다.
그리고 선거 때 저희 선본의 구호가 “될 때까지”였던 것처럼 될 때까지 모든 것에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이 되어주고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총학생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등록금 10% 인하, 등심위 민주적 구성 개정을 바라는 동덕여대 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왔다는 그녀는 힘들어 보이기보다는 힘이 넘쳐 보였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선거운동을 했던 그 마음 그대로 2012년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잘 해결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