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스펙이다. 공모전, 대외활동도 모자라 이제는 외모까지 스펙이다. 면접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좋은’ 인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으로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청년들은 외모를 가꾼다. 좀 더 세련된 옷차림, 좀 더 화사한 메이크 업 그리고 성형수술. 

@"성형하면 취업 성공?" 유인광고 봇물 (데일리메디 2009.02.06)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는 ‘한국인들이 취업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술을 받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우리나라에서 8854km나 떨어져 있는 나라의 ‘관심’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부정할 수 없기에.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성형한 비율이 많게는 6배에서 적게는 3배가 차이 났다. 미용성형이 보편화된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꽤 높은 수치지만 왠지 수긍이 된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성형수술 중(본 사진은 특정한 병원과 무관합니다.)

한 취업전문방송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취업준비생의 75%이상이 취업에 대한 준비로 성형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비슷한 조사에서는 취업준비생의 30%가량이 성형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외향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자신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처럼 취업에 있어서 외모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외관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청년들은 취업성형에 관대해진다. 전문대학 디지털방송미디어과에 재학 중인 A양은 “취업성형을 위해서 최대 1000만원 정도 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코 수술과 치아교정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A양은 “비서과나 항공과 애들을 보니 얼굴이 취업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더라.”라고 말하며 “우리사회가 얼굴 아니면 실력이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성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라며 사회의 책임을 꼬집었다.

서울소재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B양 역시 취업성형에 긍정적이었다. B양은 “취업성형, 당연히 한다.”라고 말하며 “원래부터 외모에 자신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꾸 뒤로 빠지게 되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B양은 “요즘처럼 외모도 경쟁력으로 변하는 시대에 어느 정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취업성형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순간의 아픔쯤은 참을 용의가 충분하다. 성형이 아니라 시술이라는 쌍꺼풀수술부터 얼굴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양악수술까지 취업성형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남성의 경우는 얼굴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코 성형을, 여성의 경우에는 부드러운 눈매로 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쌍꺼풀 수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만하니 ‘취업 전 쌍꺼풀은 한 번씩 찝는다’는 말이 영 실없는 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외모도 경쟁력이다?

@신세계 성형외과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결과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듯하다. 국내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채용 시 외모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 75.7%가 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외모가 스펙의 ‘필수과목’에 포함된 까닭이 뜬금없이 다가오지만은 않는 대목이다.

이런 갑(甲)들의 ‘기호’가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한 아르바이트소개 사이트가 대학생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모 경쟁력’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98%가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런 형편은 사회인이 된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 1,133명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조사 결과, 78.6%가 성형수술을 고려해 본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중 절반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성형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이쯤 되니 외모와 경쟁력 사이에 ‘=’를 더해 수식이라도 하나 완성해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 서영신 교수가 발표한 <아름다움의 권력>이란 논문의 실험 결과가 바로 그것. 실험은 20대 초중반 남녀 484명을 대상으로 실행되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학력, 이력 등이 동일하게 설정되어있는 전혀 다른 인물사진 18장을 제시한 뒤 외모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결과는 한 마디로 ‘겉모습, 중요하다’였다. 외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똑똑하고 인간관계가 폭넓으며 직업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결과는 당연했다.


발걸음을 옮긴다

혹자는 ‘성형을 미리미리 해두지 않으면 취업에서도 밀린다’라는 식의 선동적 발언을 내밷는다. 이런 말은 지금 당장이라도 성형외과 문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게다가 계속해서 꺾이는 취업의 꿈 앞에 점점 더 간절해진다. 그렇기에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지만 미래를 위해서 ‘성형’을 한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기에.

‘타고난’ 얼굴에 정형화된 기준을 들이대는 사회에, 오늘도 청년들은 성형외과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