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았을 때 그와 비슷한 사람은 웃지 않아
 대중매체는 중간은 없는 1%를 표준화해  생산‧재가공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노랫말처럼 TV에 나온다는 건 어린 시절의 꿈이다. 그렇게 TV에 나온 모습을 상상하지만 모두가 예쁜 건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방송 카메라를 거쳐 집에 있는 TV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외모가 잘 생기고 예쁘더라도 다르게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 방송관계자는 “얼굴이 조금만 부어도 TV는 정말 다르게 나온다”며 “연예인들이 성형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모든 연예인이 모두 잘 생기거나 예쁜 건 아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보다 못 생긴 연예인도 얼마든지 있다. 심지어 자신의 얼굴을 소재로 웃기려는 개그맨도 많다. 얼굴로 웃긴다고 말하는 그들은 ‘희화화’시키고 ‘희화화’된다. 누군가의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것이다. 물론 희화화의 대상들에게 온전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이 원치 않더라도 다른 이에 의해 희화화되고 웃음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모두가 웃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뚱뚱하다고 말하는 남성을 핵폭탄이라 칭하고 그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았을 때 그와 비슷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의 외모가 희화화되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고 웃을 때 느끼게 되는 건 ‘불편함’이다. TV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한다. 불편하다고 느낄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질 거라는 얘기다. 

'한 입으로 두말?' 대중매체는 성형을 부추기면서도 성형에 반대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이중성을 엿보인다.

 
방법도 여러가지다. 대중매체는 이를 ‘보여주거나’ ‘말하거나’ ‘부추긴다’. <짝>이 처음 방영되고 나서 들은 감상평중 대부분은 “역시 여자는 얼굴”이었다. 다큐멘터리 장르를 빌려 보여주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외모를 조목조목 뜯어서 분석하기도 한다. 눈은 어떻고, 코는 어떻고, 입은 어떻다는 식이다. ‘섹시하다’는 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그들의 우월성을 얘기하며 ‘너희도 어서 저렇게 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생산‧재가공하는 이미지는 도저히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것들 투성이다.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지닌 이를 얘기하는 베이글녀(남)가 대표적이다. 이보다 이질적인 조합은 찾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베이글녀(남)이란 칭호를 가질 수 있는 이는 연예인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일종의 우상이다. 우상은 숭배와 동경의 대상이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

이렇게 우상화시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대중매체는 자신들이 생산하거나 재가공 시킨 이미지에 맞지 않는 연예인들에게 굴욕을 안겨다 준다. 뱃살굴욕, 키굴욕, 얼굴크기굴욕 등이다. 대중매체가 부각하지 않았다면 사소했을 것들이 굴욕으로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대중들은 굴욕을 가진 연예인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남성을 ‘핵폭탄’에 비유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유는 같아도 차이가 있다. 표준으로 보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뚱뚱한 남성을 핵폭탄과 등치시켜 희화화하는 것은 정상체중을 표준으로 본다. 하지만 연예인의 굴욕에 비교한 표준은 대중매체에서 생산해낸 베이글녀 같은 이미지다. 표준을 정하는 기준이 더 좁아지고 엄격해졌다는 얘기다. 과도할 정도다. 대충매체는 더 예쁘고, 더 날씬하고, 더 잘생긴 이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낸다. 여기에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접한 이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표준의 벽이 너무 높고 두꺼워 거기에 이르기란 쉽지 않다. 화장을 잘해도 운동을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벽을 깨부수기 위해 선택하는 도구가 성형이다. 쌍꺼풀은 이런 메커니즘을 거쳐 성형에서 일상적인 미용이 됐다. 대중매체에서 예쁘다, 아름답다고 일컫는 연예인 중 쌍꺼풀이 없는 이는 드물다. 한국인에게 열성유전자이라 적을 수밖에 없는 쌍꺼풀이 표준이 된 이유다.


유명 여자 연예인들을 합성한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른 신체 부위도 비슷하다. 요즘 대중매체에서 표준으로 만드는 건 ‘큰’ 가슴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연예인들의 가슴을 비추고 섹시하다고 얘기한다. 상대적으로 큰 가슴을 가진 연예인들을 따로 모아 누가 섹시한지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당연히 B컵 이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한국 여성들 중 B컵 이상의 가슴을 가진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여성들이 표준이 되기 위해 선택하는 길은 성형뿐이다. 가슴전문 성형외과가 팽창하는 것 또한 이를 방증한다.

대중매체는 친절하게도 우상처럼 될 수 있다며 금박을 씌우는 법도 알려준다. 눈은 누구, 코는 누구, 턱은 누구라는 식으로 표준 모델을 정해주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이를 합성한 사진까지 유포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동네방네 떠든다. 직접 성형외과에 문의까지 해서 이렇게 성형했을 때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알려준다. 대중매체를 접한 사람들은 병원에 가 눈은 누구처럼, 코는 누구처럼, 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성형외과는 “개성있는 얼굴이신데”하면서 한 번쯤 사양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