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큰 말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영학에선 이 용어를 다음의 뜻으로 사용한다. ‘큰 기업이 망하면 손해 보는 이들도 많으니, 많은 이들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대마불사는 대기업 특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횡령·배임으로 인해 상장폐지의 위험에 놓였던 한화는 이틀 만에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 정상화 처분을 받았다. 이는 평소 한국거래소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어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주가 4만 명이 넘는데 거래정지를 시켰어야 하나.”라는 발언을 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한화와 얽혀있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생각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마불사를 이유로 대기업 특혜가 빈번해지면 이는 기업에도 악영향이 된다. 오너리스크가 대표적이다.


한국 대기업 중 다수는 오너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그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에 견제하기가 힘들다. 오너들의 독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인 오너리스크가 큰 것이다. 특히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의 범죄 행위는 기업신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권력에 의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서는 오너리스크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금융감독원, 사법부 등 외부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외부기관은 대기업의 영향력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탈세,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으나 4개월 만에 특별사면 되었다. 횡령, 배임 혐의를 받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최태원 SK 회장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으나 각각 2개월, 3개월 만에 특별사면 되었다. 특별사면의 명분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기업 활동 위축 우려’ 등으로 세 경우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너의 부재가 대기업에 가져올 어려움과, 이것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유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영향력을 이유로 대기업 오너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논리는 궤변이다.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기에 그들의 오너리스크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역시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화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규모는 899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9%에 해당하는 규모이다.(2009년 기준)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오너들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것이다. 특히나 현재의 오너들은 창업자의 혈육임을 이유로 경영권을 승계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오너의 권력이 기업 내부에서 제어되지 못한다면, 외부기관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