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거에서 이기면 한미FTA 폐기한다는 사람들에게 나라 맡길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민주통합당이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FTA 발효정지서한'을 전달한 것에 대해 “국격이 떨어지는 일이다.”라고 비판한 것이다.

황당한 FTA 공세다. 여권은 한미 FTA를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은 까맣게 잊고, 오히려 한미 FTA 반대 세력을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실망스럽다. 특히  ‘민주당 원죄론’을 펴면서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새누리당에 쏟아지는 비난도 상쇄시키는 교묘한 정치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뻔뻔해보인다.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꾸면서 혁신을 추구했다. 그러나 정작 과거 한미 FTA를 날치기하던 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날치기를 한 것에 대해, 당시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날치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한미 FTA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는커녕, 오히려 야권에 대해 공세를 퍼부으면서 과거 한나라당의 잘못은 전혀 없는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대응도 마뜩찮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FTA와 이명박 정부의 FTA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정작 한미 FTA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나 쇠고기 부분 협상에서 다르긴 하지만, ISD와 같은 독소조항이 그대로였다는 것을 볼 때, 옹색한 변명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날치기 당시에도 한미 FTA 찬성파에 가까웠던 김진표 원내대표가 갑자기 ‘반대’로 돌아선 것은, '한미 FTA 폐기'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가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FTA’ 여서 나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나 사회 양극화 문제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미 FTA 폐기'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있다. 새누리당의 야권을 향한 FTA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민주통합당 스스로 ‘한미 FTA’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더욱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