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음 주까지 차례로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출범한지 거의 2개월만이다. 이로써 민주통합당은 통합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한 발짝 나아갔다. 김 지사와 박 시장은 표면적으로 뜻은 같이 했지만 구 민주당으로부터 거리를 뒀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인 서울과 여당의 심장인 경남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인 두 사람이 입당하면서 당의 영향력에 긍정적인 미칠 게 분명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반길 일인 셈이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입당을 발표한 15일,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입당 발표에 앞서 통합진보당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들을 만난 비공개 회동에서 박 시장의 입당을 만류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김 지사의 민주당 입당은 야권연대에 찬물을 끼얹고,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소탐대실의 선택”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머니투데이

 
두 광역단체장의 민주당 입당은 섣부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바 있으며, 김 지사는 통합진보당과 연합 형태로 도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박 시장의 당선도, 김 지사의 도정 운영도 민주당의 도움만으로 이룬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두 사람이 민주당 당적을 갖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소속으로 가지고 있던 균형의 추가 한 쪽으로 기울면서 통합진보당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의 반발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박 시장과 김 지사의 입당이 섣부른 다른 이유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데에 있다. 교섭단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필수다. 두 사람의 역할이 강조되어 왔던 곳도 이 지점이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3%대로 곤두박질치면서 민주당이 우월감을 보이며 야권연대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군소정당에 불리할 수 있는 석패율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독단으로 자칫 잘못했다간 야권연대의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중요하다”고 했던 야권연대 협상에서의 박 시장의 역할도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됐다.

곧 민주당에 입당하는 박 시장과 김 지사가 야권연대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자만심에 빠져 있다. 김 지사도 “민주당 지지율이 1위가 되니 야권 단일후보 없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것은 오만”이라며 지적한 부분이다. 물론 적확한 판단이다. 하지만 야권연대 협상이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 민주당에 꼭 입당해야 했을까. 박 시장도 마찬가지다.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 야권 후보단일화에 기여하겠다”는 김 지사의 말처럼 된다면 좋겠지만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 온 모습엔 문제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