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치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어제 식약청에서 “모조치즈와 가공치즈를 사용하면서 100% 자연산 치즈만 사용한 것처럼 허위표시 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9곳과, 치즈 원재료명을 허위로 표시한 제조업체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적발한 업체에는 ‘피자스쿨’ '피자마루‘ 등의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도 섞여있어,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피자 프랜차이즈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피자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식약청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피자 업체 9곳중 ‘피자스쿨’ ‘피자마루’등의 프랜차이즈 6곳은 단순히 테두리(크러스트)에 ‘가공치즈’를 썼을 뿐이다. 가공치즈는 치즈크러스트에 들어가는 부드러운 치즈를 만들기 위해 (스트링 치즈) 치즈에 우유, 정제염 등을 섞어 가공해 만든 것으로서, 식용유로 만든 모조치즈와는 다르다. 피자스쿨측은 가공치즈에 93%의 자연 치즈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9곳중 3곳은 피자토핑에 모조치즈를 사용했는데, 그중 프랜차이즈 업체는 광주의 ‘수타송 임실치즈피자’뿐이며 나머지 두 곳은 개인 피자집이다. 식약청의 발표가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인터넷에 올라온 피자스쿨 전단지에는 '가공치즈'를 쓴다고 적혀있었다.


 

물론 6개 업체가 크러스트에 가공 치즈를 쓴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사실상 제품에 문제가 없는 업체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는 이들이 마치 피자토핑에 모조치즈를 써서, 소비자를 속인 것인양 말하고 있어서 문제다. <'식용유 치즈' 쓴 유명 피자업체 적발>이라는 연합뉴스 기사를 클릭하면 제목 밑에 곧바로 유명 피자업체인 피자스쿨, 피자마루, 59피자 등의 박스 사진이 뜬다. 기사 제목과 사진을 보는 순간에, 독자들은 평소 자주 먹던 이 업체들의 피자가 ‘식용유 치즈’라는 생각이 들어 놀라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 뉘앙스도 비슷하다. 조선일보는 <광고는 자연산, 뜯어보니 식용유 범벅 치즈 피자>라는 자극적인 제목 밑에 ‘피자스쿨·피자마루 등 2000여 개 업소 소비자 속이고 500억대 부당이익’이라는 부적절한 기사요약까지 해놓았다. 한겨레 역시 <‘피자스쿨’ 100% 자연산 치즈라더니…>라는 제목 밑에 '모조치즈로 ‘100% 자연산’ 광고 피자스쿨·59피자 등 12곳 적발'이라고 기사요약을 해놓았다. 식약청의 발표를 팩트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은 괜찮지만, 자극적인 제목을 지어 피자스쿨이 모조피자를 써서 소비자를 기만한 양 쓰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 이런 식의 기사는 공정하지 못하며, 독자들에게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지도 못한다. 실제로 이번 ‘피자치즈’ 기사를 접한 후 많은 사람들이 “피자스쿨마저 가짜 치즈를 쓴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언론보도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것은 위에서 ‘테두리 가공치즈’ 사용업체로 언급된 프랜차이즈의 가맹점들이다. 억울하게 모조치즈를 쓰는 프랜차이즈로 인식되면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피자스쿨'이나 '피자마루'의 가맹점은 대부분 작은 장소에서, 소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번 일은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했다. 언론들은 자신들의 영향력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