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학교 교육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의 두발, 복장과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에 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한 것이다. 교과부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각 학교가 학생의 두발 및 복장 등에 관한 규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서울시, 광주시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와 상반된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가 학생의 두발 및 복장을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조례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위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학생인권조례의 두발 및 복장 자유 관련 조항은 무력화된다. 게다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 과정도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공포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도 모자라 법으로 조례를 무효화하려는 교과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은 심히 속이 빤히 보이는 조치다. 교과부는 "학생의 생활지도와 학교 문화에 대한 내용은 시도 교육청이 조례로 제한할 게 아니라 개별 학교에서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어서 상위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이 사실상 서울시, 경기도, 광주시 등 특정 지역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제동을 거는 조치인 것임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학교'의 자율권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인권을 뒤로 하면서까지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학교가 학생들의 두발 및 복장을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조항 내용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이전에도 교과부는 학교 및 학교장의 권위와 자율성을 지나치게 보장해왔다. 마치 학교가 학생들이 아닌 학교 관리자 및 교원들을 위해 존재해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각 학교 학칙을 자율적, 자치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개정한 이번 조항도 얼마나 자치적일지 의심스럽다. 시도 교육감에게서 자율성을 박탈했다는 점에서 이미 모순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생,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모두 학칙 개정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교 관리자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불만을 터트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교육은 아직도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전통적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교육 자치 확대가 아닌 '학교에의 권위 부여'를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논리적 근거가 부재한 이번 교과부의 시행령 개정은 학생인권조례를 무시하는 조치이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의 인권까지도 짓밟는 행동이다. 무엇이 '학생'과 '교육'을 위한 것인지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시행령을 개정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 안되는 명목을 대가며 무리수를 두는 교과부를 이해할 수 없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시행령 개정을 철회하고 각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