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가 되면 각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꼭 “첫째주 강의 안가도 돼요? 안가도 되겠죠?”라는 질문 글이 올라온다. 그러면 “첫째주 출석체크를 하긴 하는데, 어차피 성적에 넣는 교수님도 거의 없고 강의도 안하니 안가도 돼요”라는 모범답변이 댓글로 달린다. 이처럼 거의 모든 대학에서 첫째 주는 강의대신 강의소개로 채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오시정(23)씨는 “정정 기간 이후에 수강생들이 대폭 물갈이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첫 주부터 수업을 나가면 정정기간 이후에 들어온 학생이 따라가기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런 관습 때문인지 일부 첫째 주에도 강의를 하는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미 학생들에게 첫째 주는 강의 안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강의소개에 대한 필요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거라곤 각 대학의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는 ‘강의평가’글 외에는 전무하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직접 교수님의 강의 소개를 들으며 이 수업을 내가 듣는 게 좋은지 아닌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 첫 주를 소비하고 정정기간을 거쳐 두 번째 주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국민대에 재학 중인 강세진(22)씨는 “나는 그냥 첫째 주 수업을 가지 않는다. 두 시간 걸려서 학교 가봤자 수업도 안하고, 어차피 그 다음 주에 똑같을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등록금도 비싼데 이렇게 수업도 안하면서 한주를 허비하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강의 소개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중한 한주를 강의소개로 허비하는 것이 최선이 방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호주의 ‘선샤인코스트대학’에서는 O'week라는 개념이 있다. 숫자 zero가 아닌 Orientation의 약자를 쓴 O'week인데 일종의 개강파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입생을 위한 학부소개와 멘토링 서비스를 통해 ‘멘토-멘티’를 연결시켜주고, 공연과 먹거리도 풍부한 자리다. 강의소개와는 조금 동떨어진 개념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과 같이 한주를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한주를 창조했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선샤인코스트대학’에서는 O'week를 강의계획서에 포함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한주를 더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학사 일정이 평소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강의 소개를 강의계획서에 동영상으로 첨부하는 것은 어떨까? 수강신청 전에 강의소개 동영상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첫째주 수업 가야되나요?”라는 질문을 안해도 될 것이다.
 
얼마 전, 한양대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학사일정을 16주에서 15주로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 이슈가 되었다. 등록금은 찔끔 인하하고 학사일정은 1주를 줄이면서 실질적으로는 등록금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화살을 받았는데, 이처럼 1주의 수업은 대학생들에게 소중한 권리이다. 2012년 대학 평균 등록금이 670만원이고 이를 32로 나눠보면 21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첫주의 수업에 지루해하고 교수님에게 수업을 빨리 끝내자고 하는 대학생들은 자신이 1주에 21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듣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