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이 10년 동안 청소노동자로 일 해왔던 김순자 씨(57)를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했다. 민주통합당이 비례 1번으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참 신나는 옷’ 대표를 고려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진보신당의 선택이 너무 평범하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엔 진보신당이 지지율이 1%대에서 오가는 소수정당에 불과하다는 이유도 있다. 3%의 지지율을 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따내는 게 가장 필요한 입장에선 비례 1번 공천은 가장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김순자 씨를 비례 1번으로 공천하면서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비례대표 1번은 정당의 얼굴이다. 정당을 개혁할 때 가장 손쉽게 칼을 갖다 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례 1번이 당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느냐, 어떤 혁신을 보여주느냐를 동시에 나타내는 이유다. 진보신당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평범한 청소노동자를 비례 1번으로 선출하며 자신들의 얼굴을 유권자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는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에 걸맞은 공천이기도 하다.

진보신당은 청소노동자 김순자 씨를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공천했다. ⓒ 진보신당

 

김 씨는 출마선언문에서 김씨는 출마선언문에서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청소노동자로서 10년을 지켜봐도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하는 세상을 꼭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를 허용하는 문은 주로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들에게 열려있었다. 새누리당이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의 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총은 내‧외부비판에 직면하면서도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맺고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민주당과 연대를 맺고 지역구과 비례대표 후보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거대 정당들과 연대해 노조출신 국회의원이 나와도 김 씨가 “청소노동자로서 10년을 지켜봐도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처럼 노동자들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고려대, 연세대, 충남대 등에서 청소노동자의 집회는 2012년에도 계속 되고 있다.

다른 정당들도 이런 현실을 봐야 한다. 선거 이후 잊혀 질 구호나 구체적이지 않는 정책은 손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 누가 자신들의 구호와 정책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씨가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당사자이니 가능한 일이다. 김순자 씨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평범한 청소노동자를 비례 1번으로 공천한 평범하지 않은 결정이, 진보 정치를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