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참여 문화가 스마트해 지고 있다. 많은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타인을 돕는 일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도.
 

서명운동에서 모바일 액션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명은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서명운동의 과거와 현재는 효율성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달 발생한 탈북자 북송문제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한국에서 3만 6,829명의 북송반대서명을 확보했다.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놀라운 효율성은 휴대 전화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엠네스티가 지난 해 시작한 모바일액션은 문자메시지 한건으로 서명 동참을 가능케 한다. 엠네스티에서 이슈를 설명한 메시지를 보내면 동참을 원하는 이들이 이름과 이메일을 적어 답장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의 방법으로 3만 여 명의 서명을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꽃샘추위에 떨어야 했을까.

휴대전화를 이용한 서명 모바일 액션



크리스마스 씰에서 마음 한 조각 케익으로

결핵환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크리스마스 씰은 성탄의 기쁨을 타인과 나누는 방법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판매에 상당한 역할을 해오던 초등학교에서도 호기심 많은 저학년 외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편지를 쓰지 않는 오늘 날, 크리스마스 씰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대비되는 예가 있다. 케익 프랜차이즈 한스케익과 빈곤국 구호단체 컴패션이 2011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동으로 기획했던 마음 한 조각 케익 캠페인이다. 이 라운드케익은 특이하게도 한 조각이 비어 있다. 대신 한 조각에 해당하는 금액이 구매와 함께 빈곤국 아동을 위해 기부된다. 이억만리에서 굶주리고 있는 아이와 케익을 나누어 먹는 셈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는지 크리스마스가 한참지난 지금도 캠페인은 끝나지 않았다.

한스케익과 컴패션이 진행한 마음 한 조각 케익 캠페인



민중가요에서 MBC 프리덤으로

3,40대에게 ‘시위’라는 단어를 들려주었을 때 그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빨간 띠를 두른 이가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선창하면 그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결연한 목소리로 복창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위의 백미, 민중가요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고 보다 짙은 메시지를 전달시키리라. 그러나 20대가 겪은 요즘시위들은 그렇지 않다. 머리띠 보단 손피켓이, 민중가요 보단 개사한 유행가가 그들에겐 익숙하다. 요즘시위의 대표 격인 언론파업 시위를 보아도 그렇다. 1월 말부터 파업을 시작한 MBC노조는 유투브에 올린 영상 하나로 높은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UV의 이태원프리덤을 개사한 MBC프리덤이다. 방송 공정성 훼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MBC사옥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은 3/17 현재 18만 7,311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구세군 냄비에서 빅이슈로

크리스마스 씰이 성탄을 대표했다면, 구세군 냄비는 길거리를 대표하는 기부문화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구세군 냄비 뭇지 않은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다. 영국에서 시작된 빅이슈는 재능기부와 노숙인판매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세계 10여국에 진출해 판매되고 있다. 재능 기부 시스템을 통해 탑스타가 표지를 장식하고 유능한 필진들이 컨텐츠를 채운다. 이렇게 무료로 만들어진 높은 질은 구매자가 잡지 값 3,000원을 꺼내는 데에 큰 힘이 된다. 3,000원 중 1600원은 판매를 맡는 노숙인 에게 돌아가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노숙인에게 자신이 구걸이 아닌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는다. 명동에서 만난 빅이슈판매원은 “노숙을 할 때에는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빅이슈를 만나고 사회구성원으로 참가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사회참여문화는 스마트해졌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보다 매력적이고 쉬운 사회참여경로들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사회참여문화의 변화는, 사회참여의 백미인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선거운동은 단순히 플랜카드, 연설, 직접 명함을 돌리는 방식등으로 진행되었다. 앞으로 선거운동이 어떤식으로 진화할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