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게임을 하다가 만났어요. 열심히 사냥(마비노기 게임에서 활이나 검 등으로 괴물과 싸우는 일)을 하고 있는데 누가 채팅창에서 말을 걸더라구요. 뭐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날따라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무슨 얘길 했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느낌이 좋아서 전시회 티켓이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같이 보자고 제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원래 온라인상에 친구들이 많고 오프라인으로 까지 이어진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 날은 특히 더 용기 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만남이 시작되었고 오프라인으로 몇 번 더 만나다가 고백을 받게 되었죠. 일 년 정도 사귀었어요. 뭐 친구들 중에는 그렇게 인터넷으로 만난 잘 모르는 남자를 사귀는 게 위험하다며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상관없어요. 온라인 오프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났나 하는 것이니까요."




위의 이야기는 실제로 게임을 통해 남자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는 이유진(22세 여자, 가명)씨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났냐는 것이 중요 하다는 말이 인상 깊다. 이유진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만남’에 대한 거부감이나 걱정은 옛날보다 많이 사라졌다. MK뉴스의 2월 15일 ‘SNS와 아이디어로 승부…청년 CEO가 뜬다’라는 기사에서는 온라인 소개팅 주선 사이트로 유명한 ‘이음넷’이 국내에 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70여개의 유사업체가 생겨났다는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온라인 만남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10대와 20대를 비롯한 젊은 층들이 자신의 고민을 많이 털어놓는 네이트톡에서 ‘온라인 만남’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시도해본 결과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에 대하여 고민하는 글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닉네임 ‘ㅏㅏㅏ’ 님은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를 정말 좋아할 수 있을까요?’ 닉네임 ‘you’님은 ‘온라인에서는 절대 남자 만나면 안 되나 봐요’ 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또한 동일한 게시판에서 ‘당신은 온라인상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찬반을 묻는 게시글에 754명이 찬성을 눌었지만 562명은 반대를 눌렀다. 네이트톡이라는 온라인을 통한 설문조사였기에 온라인 만남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글을 많이 봤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562명은 무시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출처 - http://pann.nate.com/talk/310893687



 

또한 온라인 만남을 지지하는 댓글도 볼 수 있었지만 반대 상황의 댓글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닉네임 ‘슬픈여자’님 또한 “정말 그런데서 만나는 인연은 아니더라구요~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정말 끝에는 상상할수없는정도의 파탄이...기다리고 있을꺼에요. 저도 채팅방에서 알게 된 남자랑 만났는데..참. 끝은 파탄 그 이상이었죠.” 라는 댓글을 남겼다.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만남을 비판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만남에 대한 가벼움’ 때문이다. 서로 맞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해버려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사이. 앞에서 소개한 ‘이음넷’이 뜨고 있다고 하지만 하루에 한명 씩 사진과 프로필을 보내주고 그 중 마음에 맞는 상대를 고른 다는 이음의 시스템에 대하여 여대생 김선화씨(21살, 가명)는 “너무 가벼운 것 같다. 이음에 실제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맘에 안 들면 PASS, 내일은 내일의 인연이 있으니까’ 라는 말이 굉장히 싫었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 관계가 얼마나 유지 될까 싶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판을 뒤집고 사랑의 결실을 맺은 사람들은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일까? 그들은 온라인 만남에서 어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까? <온라인 게임세계속의 공동체 의식과 인간관계의 심리>(연세대학교 심리학 석사, 남궁명선)에는 “면대면 상호작용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쉽게 형성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인상을 형성하는 리듬은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같은 변화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매체자체의 속성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면대면 상황보다 언제나 더 느리고 훨씬 불규칙하게 인상이 형성되지만, 그 페이스는 거친 오르막과 짜릿한 내리막이 있다.”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인상형성이 면대면의 상황에서보다 초기에는 더디게 이루어지지만, 상호작용이 지속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접촉에서 상대에 대한 인상은 면대면의 상황만큼 인상적이고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인터넷을 통한 상호작용은 일단 지속이 이루어진다면 면대면의 상황을 뛰어넘는 인상을 가질지도 모른다. 익명의 사람에게 나의 깊은 고민을 거리낌 없이 털어 놓고 위로받고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면대면 상황보다 매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온라인 만남을 오프라인까지 이어나가고 연인으로 까지 발전한 사람들은 이러한 온라인 인간관계의 매력을 깨지 않고 잘 유지해간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마비노기 게임 커플이었던 이유진씨에게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가지 더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친구 중 귀가 잘 안 들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과 잘 소통을 할 수 없었지만 온라인에서는 문자를 통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온라인 만남에 대하여 엇갈리는 의견들이 있지만 인터넷이 확실히 우리의 삶에서 또 하나의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극중 교사로 등장하는 이병헌은 새 학기의 첫 시간, 아이들에게 “이 세상 작은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말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말도 안 되는 확률’로 내게 다가온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일지도 모른다. ‘온라인 만남’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인연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관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단절할 가능성 또한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 우리의 삶에 찾아온 또 하나의 소통 창구임은 분명하고 이것을 긍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만남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을 때에 ‘온라인만남’ 또한 삶에 소중한 인연들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