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특집 1) 돈 Money


Topic ① 명품



▶ 명품

‘어떻게 그렇게 명품가방들을 많이 드는지?’라는 크리스티나(이탈리아)의 질문에, ‘미수다’ 여대생 편에 출연한 12명의 여대생 중 9명의 여대생이 명품가방을 소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바(영국)가 영국에서는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학생이 놀림감이 된다고 말하는 등, 대부분의 ‘미녀’들은 한국의 여대생들이 명품을 사용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여대생들은 “싼 물건 여러 개를 금방 쓰고 버리는 것보다, 좋은 물건 하나를 오래 쓰자는 마음으로 명품을 구입한다. 또한 명품은 세대와 시간을 타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들 수 있다.”며 명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명품을 구입하는 비용은 보통 부모님의 지갑에서 나오기 마련이었다. (명품 가방은 물론 SA급 짝퉁 가방들의 가격 조차도 어마어마하다.) 여대생들은 “부모님들이 대학 입학 선물로 명품 가방을 사주시는 경우가 많다. 3학년이 되니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다며 명품 가방을 선물해주셨다.”고 했다. 메자(에티오피아)와 미르야(독일) 등은 등록금도 대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명품까지 사주는 한국의 부모들이 이해가 가지 않고 불쌍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은 “워낙 책이 많아 백팩에도 다 안 들어가기 때문에, 명품가방 갖고 싶지도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명품 사서 오래 쓰는 게 절약정신??!!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자기계발서 중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41]에는 이런 목차가 있다.

2장 돈이 붙는 여자 vs 돈 꾸러다니는 여자
오늘도 지름신이 오셨나요?
누가 뭐라 해도 소비는 습관이다
투자와 사치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신용카드, 실체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자
허접한 체크카드보다 당당한 플래티넘으로 즐겨라
절약과 저축하는 삶이 궁색한 인생은 아니다
된장녀가 되느니 명품족이 돼라
명품과 보세는 적절히 섞는 것이 예의다
30대 언니의 조언 _ 자신이 노는 물의 격을 높여라

이 책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10년이 지나든 20년이 지나든 내가 구입한 물품의 가치를 누구나 알아준다는 것이다. 곱게 사용하다가 나중에 며느리나 딸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내게 꼭 필요한지 정말 오래도록 쓸 수 있는지 고려해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유행 타는 소모품은 보세로 적절히 구입해 섞어 쓴다면 진정한 명품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명품은 되도록 결혼 전에 사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한 평범한 20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JH  본인 능력이 된다면 뭐라 할 필요 없다. 근데 자기가 무리해서 사는 것에는 반대다. 명품백 하나 사려고 힘들게 일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 같이 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

SK  지하철 타면 사람들이 다 비슷한 백을 들고 있다. 샤넬인가 루이비통인가. 왠지 나도 하나는 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되는 것 같다. 게다가 매우 비싼 편인데 보통은 용돈을 모으거나 알바를 하지 않나. ‘그냥’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른다면 아마 그 사람은 부모님 돈이 곧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데.

SA  자기 능력이 되면 명품 들고 다니면서 약간 과시해도 될 것 같다. 모두가 명품을 든다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고.

HJ  나이가 들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또 명품이라는 것도 된장녀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렇지 ‘명품’에 속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꼭 백 이런 게 아니라도 전자제품이나 옷 같은 것 등등.



 여기에서 말하는 능력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말하는 것일까? 현 20대 중에서 명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명품을 흔쾌히 사 줄 부모님을 가진 능력을 빼고나면, 대박 난 벤처기업 사장이나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연예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1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20대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명품을 사는 것은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나는 3개월 동안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 쇼윈도에 걸려 있는 가방을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돈을 벌었으니 저 가방 정도는 살 수 있다. 물론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산 거니까. 하지만, 지금 가방을 사고 있는 당신이 입은 옷과 등록금과 생활비는 누구의 손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냥 받아도 되는 당연한 것들인가? 당연한 것들은 받는 게 당연하고, 그 외의 것들은 그래도 내가 번 돈이니까 상관없다?

사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경쟁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번 돈은 자신 마음대로 쓰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사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내가 결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TVN 남녀생활탐구 '쇼핑'편에는 '저 옷을 사면 매일 입을테니 싼 옷 한 번 사서 몇 번 안 입는 것보다 더 효율적. 하루에 1000원 쓰고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가 나온다. 명품도 그런 논리로 사는 것이 아닐까?



 Topic ② 등록금과 아르바이트 

 


등록금 & part time job

‘등록금은 왜 부모님이 내줘요?’라는 에바(영국)의 질문에 출연한 여대생들 거의 모두가 부모님이 등록금을 대 주시고 있다고 답했다. (외국의 경우, 대학 이후의 등록금 문제는 본인이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도미니크(캐나다)의 경우에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등록금 전액을 부담했다고 했다. 허이령(대만)은 한국의 학생들은 석, 박사 과정도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출연 여대생들은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아르바이트 거리가 별로 없고 시급이 싼데다가, 학자금 대출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오히려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고 싶어 하시고,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차라리 장학금을 받는 게 낫고, 졸업 후 더 좋은 곳에 취직을 하는 것이 보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미니크(캐나다)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르바이트도 공부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의 차이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담을 진행한 대학생들은...

등록금

JH  ‘등록금은 당연히 내 줄게’ 하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부모님 스스로가. 물론 우리 역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듯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나 같은 경우 부모님께서 교육비만큼은 아까워하지 않으신다. 덕분에 무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 얘길 했었는데 막상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다고 해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지금 360인데 180이 된다고 해서 ‘아 이 정도면 내가 벌어서 갚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HJ 일단 등록금은 지나치게 비싸다. 그러다 보니 학생 신분으로 혼자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아주 힘들다. 과외를 대여섯개 하면서 학교생활에 지장도 좀 받고 하면 모를까. 분명 20대는 경제적으로도 자립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그런 여건이 안 된다.

SK 솔직히 등록금을 내가 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학비를 대 주시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서일까.

SA 미국 같은 데는 대학교 등록금은 벌어서 내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는 듯? 나는 대학 들어올 때 부모님께서 학비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 주시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근데 상황이 급박해지면 다 되더라. 그래서 지금은 전액장학금 받으며 다니고 있다.



아르바이트

JG 부모님이 알바하는 걸 싫어하신다. 나 역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이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다. 경제관념도 약하고 일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 조금 신경 쓰인다.

SK 편한 것만 해 봤다. 보통 사무직 쪽. 음, 근데 알바를 안 한다고 해서 그 시간을 뭐 공부하거나 자기계발로 알차게 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알바를 시간 낭비라고까지는 못하겠다. 확실히 인생 공부는 되는 것 같다.

HJ 시간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경제적인 마인드를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기가 직접 돈을 번다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SA 재수할 때 큐레이터 알바를 했다. 원래 인문 쪽이었는데 예체능 하겠다고 진로를 바꿨다. 부모님이 학원비를 안 대 주시는 바람에 돈을 벌어야 했다. 재수하면서 알바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목표하는 학과나 진로 쪽과 연관되어 있어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됐다. 일단 학원비를 벌었고, 같은 계통의 일을 미리 체험해 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등록금과 아르바이트 문제는 '미수다' 방송에서 알렉스가 중재에 나섰던 것처럼 외국과 한국의 환경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교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시급 차이도 2~3배가 나고, 인구가 많아 수요와 공급의 비율이 비슷해질 때가 많다. 질이 좋지 않은 아르바이트도 많으니 이런 자리를 제외하면 막상 일할 곳은 적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노동법에서 정한 시급과 시간을 지켜 일을 한다면 등록금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일을 해야 하는지 계산해 보자.

등록금 400만원 ÷ 시급 4800원

= 833시간 ÷ 근로법상 기준 일일 노동시간 8시간

= 104일 ÷ 주 5일제 = 21주 (5달)

결국 생활비와 다른 비용을 모두 무시하고 순수하게 등록금만을 벌기 위해서는 다섯 달을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만약 생활비와 교재비, 교통비 등을 포함한다면 5개월이 아니라 10개월은 꾸준히 일해야 할 것이다. 6개월의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학교를 가는 시간을 제외한 8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는 것은 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특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일에도 소홀해지고 시험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 외국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일을 해서 모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고등학교 때까지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냐고 되묻고 싶다. 게다가 무한 경쟁 사회에서 학벌이라는 강력한 지원군을 얻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끊임없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부모님께서 대주시는 등록금이라는 존재는 당연하게 느끼고 있지만 전혀 당연한 존재는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에 대한 의존과 죄송스러운 마음 등이 혼합되어 속박으로 작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을 결정하기에 앞서 부모님의 의견을 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연스러운 자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