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 16 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낙선운동은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논란거리가 되었다.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이 운동은 대부분 보수정당에 집중되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하였고, 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며 낙선운동을 위법 행위로 규정한 이후 공식적인 낙선 운동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활성화된 온라인 댓글 문화로 인해 선거 때마다 댓글 하나하나에 대한 선거운동 논란, 알바 논란 등이 일고 있다. ‘님들 이런 댓글 올리다 잡혀가니까 조심하세요.’와 같은 댓글들은 이제 개그 소재로까지 사용되는 형편.



▲ 2000년 총선 당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출처 : http://news.nate.com/view/20070820n30076)


사실 선거 시에 논란이 되는 댓글들의 경우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정책 및 후보자 검증인지, 혹은 유사 선거 운동인지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여 판단이 애매하고 논란이 더해가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해당 댓글을 게재한 사람이 정치 세력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네티즌인지, 교묘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소위 ‘알바’인지도 판단하기 어렵기까지 하다. 올해 진행되었던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판의 문제들을 답습하는 듯 닮아 있는 학생 사회에서의 사건들이 흥미롭기까지 하다.


서울시립대, 1인 시위 제재로 몸싸움, 학생회관 앞 아수라장 되어...

지난 12월 2일 정오 경,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시립대학교의 학생회관 앞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한 학생이 ‘알고나 뽑자’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학생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의 공약의 비현실성에 대한 것과 해당 후보가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오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12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간 총학생회 투표 기간으로 한창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터라, 1인 시위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 12월 2일 정오 경, 학생회관 앞 1인 시위에 몰려든 서울시립대 학생들.

10분 쯤 지난 후, 본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관계자라 밝힌 자가 이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1인 시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며, 선거 세칙에 의해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1인 시위자는 항의하였고, 결국엔 몸싸움까지 이어지고 선관위 측이 피켓을 강제로 부수는 등 양측의 과격한 행동이 이어지면서 학생회관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앞, 1인 시위자와 선관위 관계자의 몸싸움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세대, 선거 관련 온라인 방송 논란, 정보 제공이냐 허위 사실 유포냐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개 선본만이 출마하여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갔던 지난 해 선거와 달리, 올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는 무려 6개의 선본이 출마하여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었다. 이러한 가운데 ‘저학번 학생들이 선본들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얼굴만으로 이미지만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으로 뭉친 익명의 고학번 학생 2명이 만든 ‘쾌변 연세’(http://yonsei1885.com/, 현재 폐쇄된 상태이다.)라는 온라인 선거정보 방송은 학우들 사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지난 7월부터 선거 출마 예상 선본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왔다고 방송을 통해 밝힌 쾌변 연세 측은 녹음 방송 파일들을 본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며 많은 정보를 학우들과 공유하였다. 정책토론회와 정책자료집을 통해 본 각 선본의 정책에 대한 평가도 있었고, 그 선본의 뒷배경과 인물에 대한 평가, 선본의 결집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쾌변 연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 선본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선관위에서는 11월 22일에 허위사실, 근거 없는 비방, 개인의 신상 자료 유포 등을 이유로 쾌변 연세 측에 게시물 자진 삭제를 권고하였다.


연세대 중선관위의 권고문 전문 보기 ▼

 

쾌변 연세 측은 즉시 기존의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오히려 선관위의 이와 같은 행동에 대해 학우들의 논란이 가중되었다. 쾌변 연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어왔다는 학우들은 선관위의 권고문 중 22일 안으로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라 권고한 것(선관위의 권고문은 22일 밤 11시 40분 경 작성되었다.)과 사이버 수사대를 언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권고문이 아니라 협박문이다.’, ‘언론 탄압이다.’ 등의 여론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 결과로 쾌변 연세의 정보 공유로 인해 피해를 봤던 것으로 생각되는 선본들이 다시 화살을 맞기도 하였다.

쾌변 연세를 비롯한 다양한 여론 형성으로 전반적으로 과열된 선거 열기로 연세대학교에는 수많은 자보들이 붙기도 하였는데, 자보들이 붙는 족족 강제 철거되고 연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연넷(http://seiyon.net/)에 올라온 자보 관련 글들이 삭제되는 등의 사건도 일어났다.


▲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붙었던 대자보, 선거 이전부터 선거 후까지도 많은 자보가 학내 이곳저곳에 붙으면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였다.


후보자에 대한 정책 검증, 인물 검증 당연히 필요하고, 그것에 대해 유권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리수로 인해 후보자들이 근거 없는 피해를 받는 경우도 나타난다. 어디까지가 정책 검증이고, 어디까지가 불법 선거 운동인가. 그 선에 대해서 사회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당장 내년 6월이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세연넷 측의 요청에 따라 기사 내용 일부를 정정합니다.
[자보들이 붙는 족족 강제 철거되고 연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연넷(http://seiyon.net/)에 올라온 자보 관련 글들이 삭제되는 등의 사건도 일어났다.]
주어가 없는 해당 문장에서, 자보를 철거한 주체는 연세대학교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며, 세연넷에 올라온 자보 관련 글들을 삭제한 주체 역시 세연넷 운영진이 아닙니다. 좀 더 정확한 팩트 확인이 부족했던 점, 사과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