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동국대에서 예일대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예일대 톰 콘로이 대변인이 ‘당시 동국대 이사장의 로비 의혹 유죄 판결이 동국대와 예일대의 법적 공방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비롯되었다.

뉴욕타임즈 11월 1일자 원문기사
:
http://www.nytimes.com/2009/10/30/education/30yale.html?_r=2&scp=1&sq=dongguk&st=cse

‘신정아 게이트’는 2007년도 여름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당시에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어 있던 신정아 씨가 학위위조 논란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변씨와의 권력형 비리까지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씨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었고, 성상납 의혹을 비롯한 각종 로비와 비리들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져 신씨와 변씨 각각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었다.

한편 이런 신정아 사건으로 인해 동국대는 ‘교원 임용 과정에서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동국대는 지속적으로 예일대에서 학위 확인 서류를 공식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예일대 측에서는 “그 서류는 위조된 것이 틀림없으며 한국에서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거듭 주장해 더욱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언론의 특성상 한껏 달아올랐다가 다른 이슈가 생기면 여론의 관심이 급격히 멀어지는 성질 때문인지 논의만 붉어지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다. 학력조작 논란 이후 변씨와 신씨가 어떻게 처벌받았는지, 동국대와 예일대의 사실관계는 어떠한 것인지는 조용히 잊혀진 것이다.

동국대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전후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재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몇몇 학생들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른다며 말을 아끼는 듯 했다. 신정아 사건의 전말을 관심 있게 지켜보지는 못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일대와의 법적 공방 소식을 간간히 접할 뿐이라고도 했다.

반면에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예일대와의 법적 공방에서 꼭 승리해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당시 언론보도가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정아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동국대에서 학위위조를 발견하지 못한 모든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물론 본인조차 덮어놓고 학교 자체를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예일대의 주장은 거짓이었고 동국대는 억울한 누명을 썼던 셈이 되었다.

정치외교학과 이씨(25세)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전형처럼 보였다.”며 사건을 과도하게 확대시킨 언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강정구 교수 사건 처럼 마치 언론에서 ‘동국대 때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마치 사실인 양 한 쪽은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의견었다.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최씨(24세)도 언론이 사실보다 더 크게 일을 부풀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당시 학교 위신이 실추되었던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당시 부모님과 함께 뉴스를 볼때면 얼굴이 화끈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동국대에 대한 인식이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격하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예일대 측에서 말을 번복하면서 밝혀진 진실에 의하면 분명 그 당시 상황은 억울한 피해자 역할을 떠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예일대와 동국대의 문제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강자의 말을 더 잘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이다.

왜 예일대 쪽 주장이 더 신뢰를 얻었을까. 한진수 동국대 경영부총장이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를 보면 그 당시 상황과 인식을 알 수 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예일대가 동국대보다 공신력 있겠지’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당시 신정아 스캔들에 우리 대학이 연루되면서 ‘동국대가 잘못했다’는 여론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 우편서비스 등기추적 자료까지 뒤져가며 예일대에 보낸 신씨 학위 확인 요청 우편 수령자를 밝히는 데 성공했지만 ‘받은 적 없다’는 예일대의 한마디에 전부 묻혀버렸다.”

객관적인 증거보다 강자의 말 한마디가 힘을 얻었던 그 시기의 여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다윗이 이기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는 동국대를 보며 생각해봐야 할 점은 다윗이 이기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골리앗 위주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보도했다는 점은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