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금요일. 이화여대 캠퍼스를 찾았다. 전국 대학교 캠퍼스에 학생회 선거 기간이 한창인 요즘, 이대 캠퍼스가 시끄럽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42대 총학생회 선거에는 3개의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했다. '리얼(Real)이화', '리셋(Reset)이화', '이화위캔 플러스(We can plus)'. 선거운동은 11일부터 시작되었고 25일부터 이틀간 투표가 시작된다.


 란의 시작은 12일 목요일이었다. 중선관위는 Real 이화 선본에게 10일 추천인 서명기간에 선거운동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1차 경고문을 통지했고, 이에 대해 'Real 이화' 선본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튿날 전화를 이용한 비공개 선거운동을 이유로 두번째 경고문을 통지했고, 같은 날 리플릿을 통한 허위사실 유표 (총학만이 유독 U카드 사업을 반대했다. 문장주어모호 등으로 혼란 야기)를 이유로 두 번의 주의를 통지했다. 이 날 Real 이화 선본은 두번째 경고와 주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주의는 3회시 1회 경고로 계산되고, 3회 경고를 통지 받을 시에는 선본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과연 정당한 이유로 Real 이화 선본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인가'라는 것이다.


중선관위의 입장은 단호하며 3회의 경고는 변함없이 집행될 것이라 주장했다.

경고 1회: 추천인서명은 선거운동에 포함되지 않는데, 강의실을 돌며 추천인 서명을 받는 기간에 서명판을 돌리지 않는 채 강의실 유세만 하고 돌아와 사건선거운동에 해당됨
경고 2회 :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때에 전화를 돌려 정책과 공약을 이야기하고 공약을 맞추어 출마하자는 제의를 단대선거 출마예정자에게 했음.
주의 2회 : U카드 발급에 있어서 41대 총학이 '불허'를 내리고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했는데 정황을 미루어 보아 '반대'를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불허'라는 표현은 적합치 않아 오해를 가중시킬 염려가 있음
주의 1회 : 원활한 선거진행을 위한 정책 자료집 원안 30분 늦게 제출

Real 이화 선본의 입장은 ' 중선관위가 법규상의 근거도 없어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임의적으로 처벌함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경고 1,2회:  세칙 어디에도 사전선거운동 규정이 없고 출마의사나 고약은 모두 합법적인 입후보 준비행위에 해당됨
주의 2회 : 처분사유가 명확치 않다.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다.
주의 1회 : 인정


이대 캠퍼스 곳곳에는 대자보들이 가득했다.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자보들은 혼란스러운 이슈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쟁점의 선두에 있는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 (중선관위)와 후보 탈락을 통지받은 '이화 Real'선본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각 단과대에 소속된 중선관위 회원들은 각자의 입장을 대자보로 각 단과대 학생들에게 표명했고, 'Real 이화'와 '이화 We Can Plus' 선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대자보가 올라오기도 했다. 대자보는 정문과 후문을 비롯하여 캠퍼스 게시판들과 각 건물들의 로비에 가득 붙어 있었다. 특히 학생문화관에 붙여진 대자보 앞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멈춰 서서 진지하게 대자보를 읽기도 했다.





특히 이 날은 중선관위의 경고, 주의 조치에 관한 재논의를 끝나고 'Real 이화 ' 선본의후보 자격 박탈이 정식으로 통지되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학교에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학교에서도 일어나다니 충격적이다'는 선배의 고언부터  '이화 We Can Plus'의 회장 후보는 41대 총학생회의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며 41대 총학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다가 이화 We Can Plus 단독 후보로 투표하게 되는 건 아니냐'고 비꼬는 학우들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파행을 거듭하고 거듭하면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에서 벗어나 국회의원이 더욱 자신들의 의지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음모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음모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맞아 떨어져 가고 있다. 대학 캠퍼스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이번 논란을 바라보면서 총학 선거 자체를 더욱 불신하게 될 것이다. 총학이 파행을 거듭하고 거듭할 수록 학생들은 '자기네 밥그릇 싸움하느라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그 놈이 그 놈이지 뭐'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대한 참여의식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전에도 50%를 넘기기가 힘들었던 투표율이 올해에는 과연 몇 퍼센트를 기록할 지 기대가 된다.

이번 이화여대 총학 선거에서 보이는 파행은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이미 다른 대학에서도 몇 차례 벌어졌던 일들이다. 이럴 바엔 대학 내의 총학생회가 왜 필요한 것일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무기력감을 느끼게 하는 건 한국 정치도 그렇고, 대학 정치도 그렇다. 이대 캠퍼스에서 Little 국회를 보는 듯한 기분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