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어떻게 진행됐나



서울대학교의 53대 총학생회 선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0일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를 찾았다. 국내 대학 중 가장 넓은 캠퍼스를 지닌 서울대는 사실 항상 한산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 서울대학교 정문에서부터 총학선거 기간임을 알리고 있고, 교내 셔틀버스에서도 투표를 독려하는 방송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연장투표가 치러졌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더욱 한산했던 서울대 캠퍼스에는 셔틀버스에서 내려 강의실로 들어가는 학생들과 강의를 마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학생들, 무리지어 어디론가 이동하는 학생들은 보였지만 이 학교가 선거 투표 기간임을 느끼게 해주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기표소 앞은 주변 많은 학생들의 왕래에도 불구하고 한산하기만 했다. 투표소를 지키고 있는 선본원들은 “53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투표하고 가세요. 투표 성사 가능성이 낮을 경우 연장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투표를 독려했으나,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다.



▲ 자하연식당 앞 투표소.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쓸쓸해 보이는 투표소 풍경이다.


한 선본원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학우들이 찍을 선본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게다가 심지어 연장 투표가 전통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당연히 연장 투표까지 한다는 느낌이 있어 투표를 서두르지 않는 학우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매년 지속되는 문제로 실제로 07년도 총학생회 선거는 성사되지 못해, 3월에 재선거가 실시되기도 하였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역시나 투표율을 반영하듯 투표를 아직 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뽑을만한 선본이 없다.’와 같은 단순한 이유에서부터, ‘사실 총학생회가 없어도 될 것 같다. 총학생회가 왜 존재하는지 사실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는 고차원적(?)인 이유, ‘투표를 하려고 했는데 속한 단과대 건물에 투표소 관리자가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는 안타까운 이유까지. 이유도 다양했다.



▲ 학생회관 앞 투표소, 마찬가지로 한산하다.


37.68%, 4일 간의 본 투표를 마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의 최종투표율이다. 이는 예년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투표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선거가 전개된 것을 보여 준다.

결국 3일 간의 연장 투표 끝에 약 50.6%의 투표율을 채웠지만,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웃지 못 할 상황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대입구 지하철역 출구 주변에도, 녹두거리라 불리는 서울대학교 주변의 유흥가에 까지도 투표소가 설치된 것이다. 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25일 10시까지도 50%에 20표 정도나 모자란 투표 결과로 인해 투표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50%가 넘는 투표율을 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투표함들의 봉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아, 각 선본들에서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며, 재투표 가능성도 예상된다. 투표함 봉인 문제가 대두되기 전에는 선관위 측에서 선거인명부를 분실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심지어 개표 이전에 투표 결과를 논의하는 중앙선관위장의 목소리가 녹음된 자료가 제시되고, 빈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정투표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투표를 하지 않은 학생들도 문제지만, 선관위조차 투표 과정에서 잦은 실수를 통해 학생들의 진을 빼고 있는 모습도 문제다. 선관위 측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통해 서울대의 53대 총학생회 선거가 잘 끝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