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내가 루저라니! 한반도를 들끓게 한 전설의 자막.


2009년 11월 9일 늦은 밤, 한반도가 마구 들끓었다. 한 여대생 때문이었다. KBS의 인기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의 여대생 특집 편에 출연한 그녀는 “키는 굉장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소한 180cm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80cm가 넘지 않는 90%의 남자들의 분노를 산 그녀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고, 한동안 ‘루저 개그’는 온 국민의 대화 주제가 되었다.

‘루저’라는 강력한 전문용어에 묻히긴 했지만 다른 여대생들의 발언들도 하나하나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사회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대학생들의 생각들을 너무도 솔직하게 낱낱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성 관념, 데이트 비용, 결혼관, 명품, 등록금 등에 관한 자극적이지만 나름대로 허심탄회했던 수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우리 사회가 사실을 인정할 준비를 하지 못하였나보다. 그렇지 않아도 자극적인 발언을 더 자극적으로 정리해 준 제작진의 자막 탓도 있고, 외국인 ‘미녀’들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의 대비가 심했던 탓도 있지만 아무튼 그 후폭풍은 매우 거셌다.



▲ 후속편 격인 남대생 편도 바로 다음 주에 방송되었지만, 재미 위주의 신변잡기로 일관하였다.
논란은 피했지만, 용감하지 못했거나 시청률만을 의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선택이었다.


‘루저’라는 단어를 사용한 여대생은 개인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 상에 유출되고, 각종 인신공격을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대중들은 ‘미수다’를 폐지해야 한다며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1달 후 지금 ‘루저’의 기억은 조금씩 기억 뒤편으로 저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굳이 고함20이 다시 그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것도 무려 지금 당신이 읽는 이 글을 포함해 네 개의 꼭지에서.

‘왜?’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지금까지 그 여대생들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했던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깨끗하냐고 말이다. 외적인 조건 때문에 어떤 사람을 멀리해 보지 않았는가? 남자라면 데이트 때 내가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여자라면 데이트 때 남자가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아끼고 아껴서 명품 하나 정도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 본 적 없는가? 지금 연애하고 있는 그, 혹은 그녀와 결혼하겠냐는 말에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었는가?

물론 모든 질문에 ‘난 아닌데’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 해도 사실 그러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토양 없이 막장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대중들이 ‘막장 예능’이라고 명명한 ‘미수다’도 이미 상당 부분 ‘그렇게 된’ 우리 사회의 단면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수다 특집>을 통해 우리는 현실 속의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출연한 여대생들을 비난하고 패러디하는 데서 끝나지 말고 우리들 스스로도 반성 혹은 적어도 현실에 대한 인식을 해보자는 것이다.



▲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진행된, 대학생들의 좌담회 광경.


지난 11월 28일 안암동의 한 카페에서 고함20의 라별 기자의 진행으로 라별 기자를 포함한 5명의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펼쳤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기 때문인지 사실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생 집단, 즉 그들의 또래들의 경우는 어떤지, 자신의 경우는 어떤지 몇 가지 질문들에 답하면서 ‘미수다’를 다시 온전히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이 ‘대딩들의 수다’의 결과는 이어서 게재될 3개의 꼭지에서 나누어 볼 수 있다. 연애와 결혼, 돈, 그리고 대학 생활. 세 가지 파트로 구분하여 ‘미수다’에서 나온 얘기들과, ‘대딩들의 수다’를 통해 본 실제의 모습, 그리고 고함20 기자들의 첨언까지 적어 보았다. 썩 유쾌할 수만은 없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들을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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