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고민이 많다. 등록금은 비싸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는 어렵다. 학력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인지라 지방대거나 고졸이면 더더욱 사회적인 대접을 받기 힘들다. “88만원 세대” “4천원 인생”등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는 비율이 유난히 높은 20대를 일컫는 말들은 전부 비관적이기만 하다.

20대들은 지금까지 자기 탓만 해왔다. 취직이 안 되거나, 정규직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그저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인줄 알고 있는 젊은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은 개인 하나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승자 독식, 무한경쟁에 가까운 사회 구조자체가 20대의 상당수를 루저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대들은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며 거리 시위도 해왔고, 대학교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투쟁만으로 단단한 벽처럼 공고하게 만들어진, 사회의 틀 자체를 깨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변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보다 더 나은’ 정당과 인물에게 권력을 주면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며, ‘투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투표만으로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20대 투표율이 90%가 된다고 해서 청년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20대 다수가 밀어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천지개벽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20대가 “우리 세대는 세상을 바꿀만한 에너지가 있다.”고 스스로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실제로 젊은 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박원순 시장의 당선과 그에 따른 ‘시립대 반값등록금’은, 20대가 ‘투표’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 Young KB


투표권은 만19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최소한 선거라는 제도 하에서는 대통령이 투표하든, 대학생 1인이 투표를 하든 동등하게 1표로 반영된다. 재산, 학력, 직업 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선거는 아직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20대, 특히 경제적으로 중․하층계급의 20대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대에게 투표는, 20대 언론 ‘고함20’ 의 슬로건인 ‘경청할 의무 대신 고함칠 권리를’, 이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투표는 이제까지 기성세대에 억눌려왔었고, 또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체제에 순응해왔던 20대들이 그 굴레를 벗어나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는 기회이다. ‘표’를 통한 명확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권력을 부여하거나 빼앗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