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함20>의 정치적 의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매달 당비 5000원씩 내는 진보신당의 일개 평당원입니다. 진보신당의 공식적인 모임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청년 부문의 모임에서도 맡은 역할이 없습니다. 사실 무관심 했습니다. 지방 선거 때 당이 무수한 욕을 먹을 때도, 작년에 명망 있는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이 탈당해서 당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이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대로 무너질 것만 같은 당에게 무슨 희망을 걸어야 할 지 답답한 마음만 갖고 살았습니다. 당적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 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제가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그 어떤 가치보다 ‘사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당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산’의 광고처럼 대뜸 ‘사람’을 생각한다며 인류애를 보여주는 척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보신당은 분명하게 ‘낮은 곳’에 있고 사회 구조로부터 소외당하는 사람 하나하나를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근무조건에 이렇다 할 대항조차 못하며, 최저임금만 겨우 받고 있는, 또는 그것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세상의 수많은 비정규직들, 회사로부터의 이유 없는 해고통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교실에서의 인권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 편견과 차별 때문에 울분을 토하는 성소수자와 장애인들, 그 외 ‘사람다운’ 대접을 못 받아서 힘겨워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울며 그들과 함께 싸워나갈 수 있는 정당이 진보신당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적인 대안을 보여주고 있지만, 특정진영의 권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당의 운신의 폭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더욱 많은 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연대하고 힘을 써야 할 진보정당의 힘이 한쪽진영에 치우쳐있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또한 북한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입장을 못 내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에 비해 진보신당은 명쾌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두 당의 방향이 미심쩍게 느껴지신 분들에게는 진보신당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신당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당이기도 할뿐더러, 특정 정파나 세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정체성만으로는 한국 사회가, 그리고 이 땅의 소외받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진보정당 상에 가장 근접해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지금 약합니다. 정당 지지율 3%를 얻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3%을 얻지 못하면 원내 입성이 어렵게 될 것이고,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진보신당이 최근 불고 있는 ‘통합’의 논리에 의해서 무시당하거나, 사라진다면 그것은 소외된 사람들이 권력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루트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진보신당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소수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진보신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진보신당만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진보신당은 한국 정당정치 내에서 꼭 공존해야 합니다. 진보신당은 분명 ‘낮은 곳’의 목소리를 직접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국회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진보신당이 원내정당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한국사회의 진보에 큰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보신당 지지율이 3%가 되고, 김순자씨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하나하나 바꿔 나가기 위한 진보신당의 노력이 더욱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는 세상.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라도 살더라도 주거, 교육, 의료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성별, 성적지향, 신체의 장애 여부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서로의 다름이 존중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지 않는 세상. 이분법에 의해 생각이 강요받지 않는 세상. 그것은 제가 원하는 세상이며, 여러분도 이런 세상을 원하신다면 이번 선거에 진보신당에 투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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