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에서 3월 30일에서 4월 2일에 걸쳐 서울, 대구, 부산의 대학생 1062명을 여론조사 한 결과, 젊은 층의 정치 관심도나 표심을 읽을 수 있었다.

대학생들은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고정돼있지 않은 부동층이 상당수였다. “지역구 투표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서 어떤 후보를 찍을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52.2%나 되었다 또한 고함20 기자들이 직접 설문조사를 하면서 느낀 바로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거나 지지성향이 뚜렷한 사람은 많지 않아보였다. 심지어 정치 잘 모른다고 설문조사를 거부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SNS에서의 투표열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가지 경향만은 뚜렷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젊은 층에서는 반 MB, 반 새누리당 정서가 뚜렷했고, 그에따라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다.


어쨌든 MB 정부는 안 돼

'정당별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정당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민주통합당 28.49%, 새누리당 11.20% 통합진보당 6.48%, 진보신당 4.32%의 지지율을 보여줬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로 뭉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더욱 형편없어 보인다. 확실히 젊은층에서 MB 정부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결과였다.

게다가 ‘각 정당이 20대의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자신들의 인식에 따라 1점<매우 못한다>에서부터 5점<매우 잘한다>까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 기재된 7개 정당 중(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5점 만점에 2.20을 받으면서 7개 정당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2.63으로 그나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별 설문지를 살펴보면, 많은 대학생들이 모든 정당에 같은 점수를 주면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보여준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유독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당시 부동층이 가장 많고,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들에 대한 지지율도 딱히 눈에 띌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어느 정당이 특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보다는, MB정권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민주통합당을 많이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을 지지정당으로 선택한 사람 중 ‘지지정당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을 물어보니 ‘반 새누리당’ ‘새누리당 견제’ ‘현 정권 교체’ ‘MB정권 심판’ 등으로 응답한 사람도 있었다.





대구-부산 경상권 대학생들의 변화

대구, 부산은 지역적 색깔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띄었던 곳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젊은 층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부산은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3배를 앞서면서,(11.5% vs 35.5%) 이미 젊은 층의 여론이 새누리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

대구는 여전히 새누리당세가 강했다.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 26.97% 민주통합당 21.91%, 통합진보당 4.49%의 지지율이 나타나면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지지율을 합칠 경우 새누리당과 야권연대의 지지율은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구 투표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급증하면서 새누리당 24.19%, 민주통합당 15.05%, 통합진보당 2.69%로 조사되어 아직까지도 지역구에서는 선뜻 야당후보를 찍는 것을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구와 부산의 대학생들은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과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이 같은가”라는 질문에도 ‘같다’ 보다는 ‘다르다’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서울 대학생들이 ‘같다’ 32.1%, 다르다 21.8% 모르겠다 46.1%로 응답한데 비해, 대구 대학생들은 ‘같다’ 22.8%, ‘다르다’ 32.4 ‘모르겠다’ 44.8%로 응답했고, 부산 대학생들은 ‘같다’ 20.1%, ‘다르다’ 24.4%, ‘모르겠다’ 55.5%로 응답했다. 서울과는 달리 대구와 부산의 대학생들은 부모님과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확실히 많았다.

대구와 부산 대학생들에게 “부모님의 정치적 성향은 어느쪽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구는 보수 48.6% 중도 24.7% 진보 10.2%, 부산은 보수 36.7 중도 29.5% 진보 16.2%로 나왔다. 대구같은 경우 특히 부모님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확률이 높은데, 본인과 부모님의 성향이 ‘다르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것은, 보수적인 TK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만큼 대구, 부산의 젊은이들이 부모님 세대의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20대 부동층, SNS에 영향 많이 받는다면…
 

고함20의 여론조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부동층이 많았지만, 오늘 투표장으로 갈 의향이 있는 부동층은 그 사이에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20대 부동층은 과연 그 사이에 어떻게 마음을 정했을까?  “20대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부동층이 어떤 경로를 통해 지지후보와 정당을 정했는지 예상할 수 있다.

응답자의 29.22%는 TV, 라디오, 신문 등의 영향력에 주목했으며, 27.96%는 SNS의 영향력를, 27.86%은 사회분위기를 꼽았다. 부모님의 영향(8.64%)과 친구의 영향(2.91%)을 꼽은 응답자들도 있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SNS의 영향력이 1위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동안 매스미디어상의 정치이슈에는 ‘민간인 사찰’과 ‘문대성 논문 표절’이, 야권에게는 ‘김용민 막말 파문’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의 경우 중앙일보가 4월 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선거 참여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느냐" 는 질문에 유권자 47.8%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36.5%였다. 문대성 논문같은 경우 정치 전문가들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용민 막말 파문은 처음에는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오히려 김용민 후보가 수세에 몰리면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매스미디어에 의해 누구에게 여론이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쉽사리 판단할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SNS는 야권이 확실히 강세다.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야당 지지자들의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 서울 지역의 대학생들이 SNS을 20대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꼽은 것을 봤을 때, SNS의 야권 지지성향이 부동층에게도 꽤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0대 투표율 50% 넘을 수 있을까?

"이번 선거에 투표할 예정인가“는 질문에 71.52%의 대학생이 ‘투표하겠다’, 12.87%가 ‘안 한다’, 15.61%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굉장히 높은 20대 투표율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론조사 자체를 거부한 사람들이나,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만큼 응답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심리적 부담을 줬다는 점을 감안해 생각해보면 이보다 투표율이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에 가장 높았던 20대 투표율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의 56.5%였다. 그러나 2008년도에는 반으로 뚝 떨어진 28.1%의 투표율을 보여서 정치에 가장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세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41.1%의 투표율을 기록해 20대가 정치적 관심이 늘어났음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는 20대들 스스로가 등록금 시위등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각계각층에서 투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50% 이상의 투표율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투표율은 선거의 가장 큰 변수다.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야권에 유리해질 것이고, 낮을 수록 여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특히 20대 투표율의 상승은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해보인다. 20대 투표율에 따라 이번 선거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