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주부 임 모 씨(44)는 요즘 기분이 우울하다. 이번 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아들 녀석 때문이다. 아들은 요즘 학교와 친구를 이유로 집에 통 들어오지를 않는다. 집에만 오면잠만 자고 새벽같이 나가버리니 아들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니 자연히 그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매사에 의욕도 떨어지고 우울해져만 간다.

위의 사례에서 그녀가 겪고 있는 현상은 공소증후군, 일명 빈 둥지 증후군이라 불리는 심리적 질환이다. 빈 둥지 증후군은 보통 자식들을 사회로 내보낸 40-50대 중년의 주부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극심한 외로움, 소외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신체적 통증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에게는 자식들이 삶의 낙이다. 남편은 바깥일에 바빠 집안일에 신경 쓰기 어려워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도 적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식들의 온갖 뒷바라지를 하며 자식들만 바라보는 것이다. 거기서 엄마들은 즐거움을 얻고 행복감을 느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대학에 입학 한 뒤부터 외박도 잦아지고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서서히 자식들이 가정이라는 둥지를 떠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취업을 하게 될 것이고 결혼을 하게 되어 가정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어버린 둥지엔 엄마만이 홀로 남을 것이다. 확실히 이러한 상황은 가정을 위해 바쁘게 살아온 엄마들에게 심리적으로 엄청난 공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대부분의 빈 둥지 증후군은 자식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의 40-50대 주부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빈 둥지 증후군에 대한 해결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의욕’이다. 자녀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기 보다는 이제 자녀로부터 벗어났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면 빈 둥지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미루어뒀던 영어공부도 하고, 요가학원도 다니면서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힘쓰면 된다.



조기 검진도 중요하다. 우울증은 자신이 인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보통 신체적 통증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우울증은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오랜 시간 방치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갈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분명 ‘빈 둥지 증후군’은 자녀를 둔 엄마들도 알아두어야 할 질환이지만 그들의 자녀인 20대들 또한 알아두어야 한다. 이 증후군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엄마들한테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대학합격에 기뻐, 새로운 친구들과 노느라, 연애하느라 가정과 엄마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한번 돌아보자. 빈 둥지 증후군이 엄마들의 의지도 중요하다지만 그 원인이 자식들에게도 없지 않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엄마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