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애플 공식 대리점 앞에는 태블릿PC “뉴 아이패드” 출시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도 역시였지만 애플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런 현상이 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더 신기한 것은 이들 중에는 “아이패드 2(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1의 후속제품으로, 뉴 아이패드는 그 후속제품)” 사용자들이 대부분 이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애플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기업이든 출시한 신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들은 제품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다소 부족하면서도 굳이 구매를 하려 한다. 물론 사전에 미리 신제품 광고도 하고 제품정보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지만 이러한 무리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 심상치 않다. 사용해 본 경험도 없이, 사용해 본 사람의 조언도 없이 바로 구매 행동으로 돌입하는 이 소비자들은 누구인가? 

▲아이패드 2 사용자가 애플 공식대리점 앞에서 "나에게 뉴아이패드를 팔아주세요"라는 문구를 보이고 있다. ⓒ 머니투데이




● 얼리 어답터(Early-adopter) 그들은 누구인가?
다품종 소량 제품시대에 맞춰 기업에서는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시장에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일명 “지름신”이 강림한 존재가 필요해졌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고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무장해 용감하게 신제품을 지르는 소비자가 바로 “얼리 어답터(Early-adopter)”다.

얼리 어답터는 ‘미리’라는 뜻의 ‘Early’와 ‘사용자’라는 뜻의 ‘Adopter’의 합성어로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매해 평가를 한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이 있는 소비자군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런 얼리 어답터들이 늘어나면서 의미가 확대되었다. 이제는 제품이 출시될 때 남들보다 먼저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접하거나 구매를 한 뒤 평가를 한다. 그런 다음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 사용에 대한 후기를 인터넷에 공개해 그 제품의 특성을 알려주려는 성향이 있는 소비자군을 지칭하고 있다.

가수 이승환 씨는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두고 “얼리 어답터”라고 밝혔다. 얼리어답터로 소문난 이 씨는 피규어로 불리는 작은 인형을 비롯한 온갖 소품과 새로 나온 가전제품은 무조건 사야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의 발달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해당 제품의 공식사이트에서는 미리 신제품의 출시 날짜를 공개하고 가격과 성능까지 공개한다. 그리고 이를 확인한 얼리 어답터들이 출시 당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그 속에서 신제품을 구입하고 그 후기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다. 그러면 네티즌은 그 후기를 보고 발 빠른 입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들의 존재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제품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얼리 어답터들이 내리는 자체적인 평가는 네티즌들의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가 곧 신제품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특정 제품의 “빠”가 아닌 중간자 역할이다.


피규어 수집이나 악기 수집을 하는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한 “빠”들과는 달리 얼리 어답터는 디지털 제품이라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범주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애플 제품만 찾는 “애플빠”나 소니 제품만 찾는 “소니빠”들과는 다르게 모든 디지털 제조회사와 소비자 간의 중간자, 혹은 의견 선도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는 5가지 단계가 있다. “①문제 인식-②정보의 탐색-③대안평가-④구매 결정-⑤구매 후 행동”으로 이어지는 이 단계는 법칙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타당성은 존재한다.

①문제 인식
먼저 자신의 생활에서 불편함을 느껴 개선된 제품이나 신제품을 사야겠다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제품을 사더라도 제품을 살만한 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의 구매의사 결정에 동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 인식을 하고 나면 제품을 구매하고 나서의 모습을 상상하며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②정보의 탐색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면 그에 맞는 정보를 찾으려 한다. 여기서 인터넷이나 해당 제품의 대리점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면 대개 이 부분에서 소비자의 구매 행동의 단계가 끝나기도 한다.

③대안평가
바로 이 단계에서 얼리 어답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제품을 소비하기 전에 “고려 상표군”이라고 해서 구매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고려하게 되는 상표들의 집합을 형성한다. 쉽게 얘기해서 최신 스마트 폰을 새로 사고 싶은데 많은 종류의 스마트 폰 중에서 자신이 구매할 의사가 있어서 고민하고 있는 브랜드의 집합을 얘기한다. 예를 들면 ‘갤럭시 노트’와 ‘아이폰4S’ 그리고 ‘옵티머스 뷰’를 자신의 구매리스트에 포함해서 여기서 구매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대체로 해당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에 대한 후기가 구매의사에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제조회사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제품이 제일 좋다고 광고를 하며 “빠”들은 브랜드의 충성심을 자랑한다. 그래서 중간자 역할인 얼리 어답터의 후기야말로 보다 객관적이고 더 실용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물론 전 단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이번 단계가 될 수 있다.

이후 구매를 결정하고 그 후의 행동에 대해서는 얼리 어답터의 역할은 미미하지만 이처럼 소비자의 구매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들이 골라본 제품에 대한 소개와 제품 자체를 고르는 안목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소중한 좋은 정보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제조회사에서도 이들 얼리 어답터들의 평가를 피드백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정 제품의 “빠”보다는 얼리 어답터의 존재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얼리 어답터vs슬로우 어답터. 당신은 어느 쪽이십니까?

▲출처 http://blog.naver.com/seonju104?Redirect=Log&logNo=50022182814


얼리 어답터가 있다면 슬로우 어답터(Slow-adopter)도 있다. 다른 말로는 레이트 어답터(Late-adopter)라고도 한다. 슬로우 어답터는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남보다 먼저 써보는 데에 만족하는 얼리 어답터의 반대 개념이다. 최근에는 모든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마니아들을 표적소비자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복잡하고 전문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거리감과 부담감을 느껴 보다 쉽고 단순함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이 바로 슬로우 어답터이다.

얼리 어답터는 신기성과 집요한 몰입으로 가득 차서 제품에 대한 상징성과 구매 그리고 사용경험 자체를 만족의 근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화려한 신기술보다는 실용성과 편리성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해서 실용적인 즐거움을 얻는 데에서 만족을 얻는다. 고기능화 되어있고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얼리 어답터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이에 반해 슬로우 어답터는 단시간을 사용하더라도 편안한 생활의 동반자를 원하는 이들이다.

예를 들면, 앞서 보여준 아이패드2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뉴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출시 당일부터 애플 공식대리점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이 얼리 어답터다. 이에 비해 DSLR의 화질과 기능이 이미 정평이 나 있고 카메라 마니아라면 DSLR을 꿈꾸는 반면, ‘찰칵 찰칵’ 소리 나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여 필름카메라의 기능을 자랑하는 이들이 슬로우 어답터이다.

소비자의 범주를 얼리 어답터와 슬로우 어답터 둘 중 하나로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디지털 제품을 구매해본 적이 있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리 어답터에 가까운지 슬로우 어답터의 가까운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리 어답터도 취미의 일종이다.

얼리 어답터에 대해 설명해왔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얼리 어답터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구매를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소비자들보다 구매를 하는 시기와 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타칭이 아니라 자칭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얼리 어답터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자신이 얼리 어답터의 성향이 있고 그렇게 생활하며 산다면 얼리 어답터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얼리 어답터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기업의 마케팅부서에서는 고객들이 사용하는 데 있어서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찾기 위해 베타테스터로 고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기업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직업으로도 존재가 가능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직업보다는 그저 취미 생활에 가깝다고 본다.

사람마다 취미는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영화보기, 책 읽기, 운동 등 다양한 취미 중에 얼리 어답터가 포함이 된다고 한들 이제는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얼리 어답터도 그들 나름대로 다른 이들에게도 인정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에 대한 공부와 정확한 배경지식 풍부한 경험 등 제조회사와 소비자 간의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 제품을 미리 사서 정보를 알려주는 데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얼리 어답터가 될 수 있다. 누구는 “기계 오타쿠”, “OO빠”라며 비아냥거릴 수 있지만 얼리 어답터가 제공하는 정보로 누군가가 만족할만한 제품을 구매한다면 이보다 좋은 취미도 없을 듯하다.


추천사이트 : http://www.earlyadopt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