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족’은 부모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20대를 말한다. 대학교육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자립하지 못한 채 집에만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들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일자리에 대한 눈만 높아진 채 부모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전반적인 취업난과 학력과잉 그리고 일자리의 부족이 캥거루족 증가 현상에 한 몫 더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졸업 요건을 다 갖췄는데도 취직을 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졸업예정자라는 명함을 걸고 때론 한 학기 더 등록금을 내면서까지 학교에 남기도 한다. 일명 ‘캠퍼스 캥거루족’ 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모 대학은 졸업 관련한 학사 규정에 ‘계속 수학’을 신청 할 수 있는 요건 또한 규정해 놓기도 했다. 전반적인 사회방향이 캥거루족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부러 학점을 F로 받거나 과제논문 등을 제출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서 졸업을 미루는 학생도 더러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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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김 모 씨(27)는  “요즘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왠지 학교를 떠나면 백수소리를 듣게 될 것만 같고, 취업이 워낙 힘들다보니까 계속 취업관련공부는 해야 할 것 같고. 졸업예정자라는 이름이라도 가져야 아무래도 부모님 밑에서 좀 더 오래 남아 있잖아요. 저 말이고 주변 모든 대학생들은 다 마찬가지에요. 4학년이 졸업하던 시대가 아니죠.” 라며 현 캥거루대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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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Y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노모씨(26)도 “솔직히 이렇게 졸업도 못하고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손 벌리는 이유는 단순한 시간벌기에요. 시간낭비, 돈 낭비인 것도 같고 그렇다고 그 시간에 무언가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항상 걱정만 하고 있어요. 남들 다 하는 자격증 공부만하다보면 이래서 내가 과연 잘될까 싶기 도하고. 이 나이에 부모님용돈까지 받으면서 생활한다는 게 어느 순간 정말 죄송스러워지더라고요. 눈치도 보이구요. 저도 얼른 이 캥거루족에서 탈피하고 싶어요.” 라고 속상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0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30~39세 중 실제 양질의 노동인구는 358만 명, 40~49세는 261만 명, 50~59세도 94만 명에 달했다. 반면 20~24세는 55만 명, 25~29세는 182만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한 20대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흔히 대학에서 말하는 인문계열 또한 과에 따라 취직제약이 되고, 이공계열의 경우 또한 투자부진 등으로 인해 취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전체 이공계 졸업생 중 16.5%는 졸업 후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나갔다. 또 취업이 된 이공계 졸업생 중에도 전공을 살린 취업자는 18.2%에 불과했다.


대학 도서관에 넘쳐나는 취업준비생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재학생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재학생 수의 증가는 입학생 수의 증가에 따름이 아닌 졸업을 미룬 학생이 늘어서라는 이유가 적용된다. 특히 4년제 대학생 같은 경우 졸업 평균 기간은 5년 2개월로, 그 기간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취업시험 준비생만 55만 명에 이르는 지금. 20대의 사회첫걸음을 떼지 못한 캥거루대학생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빠져나와야할 때이다. 다 큰 캥거루가 언제까지나 어미의 품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스스로 독립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 조금 더 투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늘어만 가는 20대 캥거루족들, 그들 자신이 가져야할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