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다

장애 :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또는 그런 일

얼마 전 한 장애인분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 있다. 지난 11월, 나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이 끝나면서 뒤풀이(공연) 자리를 계획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나는 마무리하는 기분 좋은 자리니깐 개그공연을 하는 것을 제안했고 당시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는 애정남을 패러디하자는 말을 했다. 그 때 바로 한 분이 손을 들면서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 그 분을 보고 조금 당황을 했었다. 다리에 장애를 가지신 분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다리를 쓰는 역할은 없었지만, 시간도 많지 않고 연습이나 개그를 열심히, 즐겁게 참여하기 힘드실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습을 할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서로의 모습에, 불편함이 있어도 연습에 항상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편견은 곧 깨졌다. 매 주 개그를 위해 서로 대본도 짜고 개그맨 최효종 씨의 ‘했죠잉~’을 따라하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쌓았다.공연 당일 그와 내가 무대에 올랐을 때, 손이 후들후들 거릴 정도로 떨렸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였다. 서로 뿌듯해하며, 무대에 내려와 함께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술을 한 잔하고 집으로 헤어졌다. 그리고 그와 나는 친구가 되었고 그는 집에 갈 때 나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이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갸우뚱했지만, 이내 의미를 깨닳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애를 장애로 만드는 사회
 “나는 바지를 입을 때, 장애를 느낀다.”

강릉뇌병변센터에서 일하는 박지호(28)씨는 지적장애인 2급이다. 지호 씨는 손을 쓰기 힘들지만, 지호 씨는 사무실에서 익숙하게 발가락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로 문서를 작성한다. 혼자 빵도 사먹을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일 수도 있지만, 지호 씨에게는 고민이 있다. 혼자선 도저히 바지를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없는 날엔 나갈 수 없다. 바지만 입혀줄 활동보조만 있어도 지호 씨는 안이든 밖이든,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말이다. 그런 지호 씨가 말한다. ‘내가 2급이라서 그래!’

그렇다면 지호 씨가 말하는 ‘2급’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등급제가 있다. 개인위생, 목욕, 식사, 용변처리, 개단 오르기, 옷 입기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해결 할 수 있는지 점수를 매기고 점수에 따라 자립에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장애인 등급제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모든 장애를 1~6급으로 등급화 시킨 것이 교육, 이동, 활동보조, 직업 등 장애 특성에 맞지 않는 도움과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면, 국가는 1급 중증장애인에 한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1급이 아니지만, 활동보조가 없으면, 바지를 입기 조차 힘든 2급 뇌병변장애인인 지호 씨는 아에 심사조차 받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가 잘 아는 장애인 달리기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1급 중증장애인이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같은 사람들에게는 활동보조 보다는 비싼 활동보조 기구에 대한 금전적 보조가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서비스의 수혜 또한 일부분의 사람에게만 해당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뇌병변 장애인 등급기준의 4등급까지 활동보조를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한다. 모든 일상생활 동장의 수행에 타인이 필요한 경우에 2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활동보조 서비스는 1급만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등급제과 활동보조 제도가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장애인 관련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등급제가 가진 모순에 대해 인정을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비용을 이유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을 뿐,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는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였고, '가짜장애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더욱 엄격한 등급으로 재심사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전체 장애인 중 36%의 사람들이 등급을 하락되고 복지의 수혜를 빼앗겼다. 정부는 잘못된 복지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장애인의 어려운 삶을 더욱 외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은 노래를 잘해도 춤을 잘 춰도... 안마사가 되어야 하나요?

" 여기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재윤이 언니는 클라리넷을 잘 불러서 라이브카페에서 공연을 하구요.
제 친구 수민이는 춤을 잘 춰서 상까지 받았어요. 그리고 저는 이야기를 잘해요. 성우 녹음도 해봤어요.
그런데, 우리는 다양한 재능하고 열정이 있어도 결국은 전부 안마사가 되요. 사회에서 다른거 안 시켜주잖아요." 

광주의 한 시각장애인 학교, 중학교 1학년인 한나(13)는 벌써부터 이런 푸념을 한다. 언니 오빠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직업 중에는 안마사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단 시각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08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취업 장애인의 분야는 주로 단순노무직(29.4%), 농·어업(23.5%)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득 또한 비현실적이다. 현재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266만원, 장애인은 115만원이다. 놀라운 것은 자페성 장애와 정신장애의 경우에는 월 평균 급여 23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으며. 전체 장애인 10명중 7명은 재능과 의지와 무관하게 실업자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시행하는 장애인에 대한 노동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제와 시각장애인의 안마사에 대한 보장 두 가지 정책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의무고용할당제는 가벼운 처벌에 민간기업 공기업 할 것 없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2009년 고용노동부에서는 장애인 고용률이 1%미만인 공공기관(기준치 3%) 17곳과 0.5%미만인 민간기업(기준치 2.7%) 275개를 밝혔다. 하지만 명당 51만원밖에 되지 않는 과징금에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과 심지어 공기업들까지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 과징금을 내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또 설사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회사의 본질적 일보다는 청소나 심부름 같은 단순 반복 업무를 할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애인의 취업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그들의 펼칠 수 있는 꿈도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이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면, 각종 언론에서는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를 통해서 살 수 있는 존재로 비추기 바빴고, 재활을 통해서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불쌍한 존재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기자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보면서 ,그들도 비장애인처럼 사소한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음을, 나아가 오히려 치열하게 사는 그들을 보면서 환경과 기회만 있다면 멋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그 최소한의 환경과 기회조차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등급제를 보듯, 현재 복지제도는 장애인의 환경과 필요보다는 행정의 편의를 중시하고 있으며, 진정성 없는 허술한 관리, 그리고 일방적인 복지예산 감축은 장애인 관련 법안의 실질적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개그를 함께 했던 장애인분께서 집에 가기전 해준 이야기가 있다. ‘장애는 사회가 만드는 것이다.’ 지금 장애인에게는 보편적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살고 있으며. 이 사회에서 너무나 커져버린 장애에 장애인들은 본인의 꿈과 열정보다는 현실이 강요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지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사람이든 차별받지 않고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2급은 안 되고, 시각 장애인은 안 된다'는 식의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복지를 넘어, 장애인의 환경과 요구를 장애인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고, 보편적인 권리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인 복지시스템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