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선이 끝날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로 최종 확정이 되면 그 때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1일 김 지사가 "도지사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것을 번복한 결정이다. "도지사직을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위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도정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김 지사가 밝힌 이유다. 수도권 민심에 대한 새누리당 내 우려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애초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이전의 약속을 모두 뒤집어 엎은 부당한 결정이었다. 김 지사는 도지사 임기를 채우기 전까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도전의 삶을 살겠다"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도지사직 유지에 관련해서는 김 지사 본인도 기자회견에서 "도정 공백이 일정 부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백은) 원하지 않는 비용이지만, 국가적으로 대통령 자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정치인으로서,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언행이다. 약속을 어기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김 지사의 1차적인 잘못이고, 그를 도지사로 선택한 도민들에 대한 고민이나 사과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2차적인 잘못이다. 도지사직을 사퇴할 경우의 보궐선거 비용과 도지사직을 유지할 경우의 도정 공백 피해 모두 결국 1200만 도민들이 끌어안아야 할 몫이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24일인 어제 경북 대구를 방문했다. 25일에는 전북 고창, 28일에는 부산을 찾는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질 8월까지 김 지사가 도지사 역할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는 김 지사 본인의 의지에 관계없이 의심스러운 일이다.

<경인일보>가 지난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민의 57%가 김 지사가 도지사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70%가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 이인제 전 지사, 손학규 전 지사 등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대선에 눈독을 들여 도정에 집중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사 결과다. 도민들이 이렇듯 강력하게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김 지사는 "도민들이 (대선 출마를) 원하고 있다"며 등을 돌렸다. 도지사로서 도민들에게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민들을 발판삼아 개인으로서 입신양명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생각이 없다면 도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또한 김 지사는 본인의 양심과 책임감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김 지사가 원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삶이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