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백을 득템하는 토탈 솔루션 : 남친을 사귄다!" 최근 논란이 된 ‘마몽드’ 광고 카피다. 비싼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잠을 줄여 투잡을 하고, 친구와의 만남을 끊고 돈을 모으는 건 너무 복잡하니 남자친구를 만나 가방을 선물로 받으면 일이 간단해진다는 뜻이다. 인터넷과 SNS 등을 타고 퍼진 광고 내용이 논란이 되자 마몽드 측은 26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불매운동을 하자”고 하는 등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다.

물건을 팔기 위해 자극적인 카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광고라는 매체의 특성 상 ‘이해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나 다른 광고 등에서도 흔히 다뤄지는 여성 비하 에피소드인데, 유독 이 광고에서만 ‘다큐로 반응하는 게 아니냐’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몽드 광고를 ‘애교’로 받으며 웃어넘기기엔 이 광고는 너무도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여성들에게 스스로를 깎아내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것도 여성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광고에서 말이다.
 
 
같은 마몽드 제품의 또 다른 광고도 비슷한 맥락이다. 광고는 마음에 드는 남성과 친해지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느니, 치마 길이를 10cm 줄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광고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력을 이용해 생활하면 되고, 경제력 있는 남성을 만나기 위해 예쁜 몸매를 과시하면 된다. 남녀 불평등을 극복하고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 바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론 실제로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도 존재한다. ‘취집’이라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유명인이 태연한 표정으로 남성이 선물하는 명품가방을 받아드는 광고 장면은 여성들의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확대시킬 수 있다. 더불어 한국에서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유리 천장을 깨보겠다고 애를 쓰는 여성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소비자들이 쉽게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내면의 욕망을 건드려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광고의 한 전략이다.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 마음은 여성 소비자들의 욕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남성을 도구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광고가 의도했던 것만큼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광고 속에서의 남성은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서 무릎을 꿇지만, 정작 실제 사회에서 명품 가방을 받으며 남성에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광고는 간과하고 있다. ‘내가 힘을 들여 성공하느니 남성들에게 지배 당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동시에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그런 사회적 사실쯤은 용납해도 좋다는 광고의 태도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10여년 전 한 냉장고 광고의 카피 “여자라서 행복해요”는 대히트를 친 동시에 많은 여성들이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이렇듯 여태까지 매체가 무책임하게 강요해 온 것은 비단 여성 비하 뿐이 아니다. 이제는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강요한 가부장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무너뜨릴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