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 법적으로는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절의 유래는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 일어난 노동시간 단축 총파업에서 비롯된다. 당시 총파업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이에 격분한 수천 명의 노동자가 헤이마켓 광장에서 시위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위 도중 경찰 대오 안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경찰이 비무장 시위대에 발포를 했음은 물론, 아무 증거도 없이 시위 주동자 5명이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 받게 된다.

그래서 1889년 7월에 벌어진 제2인터내셔날의 창립대회에서는 1886년 총파업 당시 희생당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8시간 노동을 쟁취하고자 매년 5월 1일에 노동자 항의 집회를 열기로 하였다. 1890년에 첫 노동절 행사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의 권리쟁취와 연대를 상징하는 국제적 기념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번 노동절에는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 서울시는 어제 서울시 비정규직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오늘은 박원순 시장이 민주노총 노동절 축사까지 직접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시 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도 매우 반가울 뿐더러, 현장에서 투쟁에 앞장서는 민주노총의 노동절 축사를 박원순 시장이 맡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서울시가 친 노동적인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들을 우울하게 하는 소식이 더 많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에는 22번째 희생자가 나왔고, 전북고속, 재능교육, 콜트·콜텍등 곳곳에서 노동자 투쟁은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른다. 수많은 사업장에서 근거 없이 노동자들의 해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노조는 탄압받기 일쑤다. 아직도 비정규직들은 청소노동자들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최저시급만 겨우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1890년 노동절이 시작되던 때부터 122년이 지난 지금도 ‘8시간’ 노동을 보장받지 못한 채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한국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의 임금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과도한 근무량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최소한 노동절인 오늘만이라도 ‘유급휴일’을 받아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절이라도 쉴 수 없는 직종에 있거나, 아예 쉬지 않고 일을 시키는 중소 사업장도 많다. 만약 오늘 일을 하게 된다면 평상시 임금 100%에, 휴일근로수당 (평상시 임금의 150%)를 더 받게 되어 평소의 2.5배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 (5명 이하의 사업장인 경우 2배)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특근수당도 받지 못하고 ‘유급휴일’이라는 당연한 권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대 중에서도 노동절인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 대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 역시 아르바이트생의 처지 상 ‘유급휴일’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절에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보면서,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2012년 한국의 비참한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의 기술과 힘이 필요한 ‘노동’의 가치가 경시되고 있는 사회는, 그만큼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 아닐까? 122주년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