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2008년 들불처럼 번졌던 촛불시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허언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거짓말보다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건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며 2008년 5월 한 일간지에 게재했던 광고를 “한정된 지면 때문에 표현이 잘못됐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부에서 실시하던 학교 급식 쇠고기에 대한 조사도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교과부의 관계자는 “그거(미국산 쇠고기) 먹는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다. 이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총체적이다.

이런 국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말을 삼가고 있는 건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크게 만드는 일이다. 촛불시위 당시 이 대통령은 “뒷산에 올라 많은 생각을 했다”는 반성문을 썼다고 하며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썼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양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농림수산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에는 대통령의 의지도 담겨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대통령의 반성문이 거짓말이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반성문에 대한 반성문을 다시 한 번 쓰던지 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물론 자신의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이는 정부의 우군인 새누리당이나 보수단체에서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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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성토의 목소리가 커져감에도 정부가 수입을 중단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30개월 이상 쇠고기에는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자기모순을 보이고 있다. 사태의 전말이 밝혀질 때까지 수입을 중단해야하는 요구에는 귀를 틀어막고 있는 셈이다.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상대적으로 긴데다 정부가 강화하겠다고 한 육간 검역으로는 광우병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불신을 키우는 까닭이다. 우리 인력을 더 투입하고 소모해 미국산 쇠고기의 의혹을 해소해주는 건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미국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선택을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우병의 발생한 소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 육우일 뿐만 아니라 수입 중단이 불러 올 수 있는 미국과의 외교마찰과 시장질서의 혼란을 고려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건강에 대한 위협과 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라는 외부비용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한국에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논리의 허점을 보여준다. 시장주의자들의 주장대로라면 광우병 우려에도 미국산 소고기를 구입한 소비자의 탓이기 때문이다. 수입중단은 이를 막기 위한 일이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했던 말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BBK 실소유주가 아님을 주장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말이 부메랑처럼 자신들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국민들이 원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이 아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정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