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운동장 김여사’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의 블랙박스 영상이다. 영상 속 여성 운전자는 악셀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해 여고생을 치는 사고를 낸 후, 후진 등의 침착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연신 비명만 질러대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네티즌들로부터 격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녀사냥의 재림’은 불편한 구석이 많다. 운전자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라, 비난으로는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랙박스 동영상을 통해 급발진의 위험성, 사고 후 침착한 대처의 중요성 같은 의미가 회자되고 실제 교통사고 피해자가 쾌유하기를 빌면 그것으로 되는 것 아닌가.



‘운동장 김여사’ 논란이 더 불편한 것은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편견이 끼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데 방점이 찍히면서 슬그머니 여성 운전자 전반을 비하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공감’을 얻고 ‘베플’이 되기도 한다. “도로 위에서 과속 택시 다음으로 여성운전자가 제일 무섭다”는 댓글은 네이트에서 1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아 ‘베플’이 됐다. ‘김여사’라는 단어 자체가 그렇다. 사장의 부인이 자가용을 끌고 다닌다는 데서 유래해 운전을 못하는 여성을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말로 확대된 신조어다. 도로 위에서 쩔쩔매거나 황당한 사고를 저지른 ‘김여사’들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놓은 전문 웹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성차별의 소지가 다분한 단어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운전을 못한다는 것은 딱히 확실한 근거가 없는 ‘주관적’이고 ‘느낌적’인 판단일 뿐이다. ‘객관적’ 자료에 의하면 오히려 남성운전자들이 여성운전자들에 비해 더 많은 교통사고를 낸다. 교통안전공단의 2010년 분석 결과 운전면허소지자 100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남성의 경우 1.13건, 여성은 0.34건으로 남성이 약 3.3배나 높은 사고율을 기록했다. 객관적인 수치를 배반하는 낭설들이 사회에 만연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함을 드러낼 뿐이다.



백 번 양보해 ‘평균적으로’ 여성들의 공간 지각 능력, 순발력 등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고 치자. 운전기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사고는 내지 않아도 다른 운전자들의 운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치자.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생물학적 성차를 기준으로 한 평균치 분석은 전혀 유용하지 않다. 평균은 평균일 뿐, 모든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에 비해 운전을 못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운전을 잘하는 여성 운전자도 있고, 운전을 못하는 남성 운전자도 있다. 운전 능력을 생물학적 이분법에 의해 평균을 내고 설명하려고 할 때 이미 그 분석은 다른 요소들은 무시한 채 ‘성적 차이’만을 강조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려면 '운전도 못하는데 면허만 가진 사람들'을 비난해야지 '여성 운전자'를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성 운전자가 운전을 못하더라는 이야기가 쉽게 퍼지는 것은 그것이 ‘맞는 얘기’여서가 아니라 ‘맞는 것 같아 보여서' 다. 직관적이고, 단순한데다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공감을 누르고, ‘김여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당신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원래 여자들보다 게으르다.’, ‘20대는 기성세대보다 무식하다.’ 같은 ‘말도 안 되는’ 평균논리가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찾아갈 것이다. 당신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여사’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쉽게 사용되는 사회에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