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번째 한국영화인 <용서는 없다>가 지난 22일, 왕십리CGV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베일을 벗었다. <용서는 없다>는 설경구, 류승범, 한혜진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진과 최근 한국영화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스릴러 장르의 만남만으로도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다.

사실 필자는 과감히 영화의 주연배우 이외에 아무 정보도 검색하지 않고 시사회에 참석하는 행위를 저질렀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무대인사 와중에 설경구가 ‘날 것 같은 영화다’라고 발언하자 내 자신을 원망했다. 징그러운 스릴러 잘 못 보는데... 아무튼 힘들게, 힘들게 본 <용서는 없다> 재미있었을까?
















Strong Point!

1. 나름대로 탄탄히 조각 맞춰진 시나리오와 놀라운 반전

<세븐데이즈> 이후로 한국 스릴러들의 시나리오들이 대체적으로 탄탄한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용서는 없다> 역시 124분의 러닝타임 동안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단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러닝타임의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반전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관계자들이 반전의 내용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로 - 물론 반전을 스포일러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 충격적이다.


2. 배우들의 연기력과 티켓파워

설경구, 류승범은 물론, <달마야, 서울 가자>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5년만에 첫 주연을 맡은 한혜진 역시 TV드라마를 통해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성지루, 남경읍 등의 조연진 역시 화려하다. 또한 ‘최소 300만’이라 할 정도로 개봉하는 영화마다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 설경구의 존재가 <용서는 없다>의 최대 강점 중의 하나이다.


3. 한국인의 눈물을 훔치는 감동코드

<용서는 없다>의 기본 플롯은 살인마에게 납치된 희귀병에 걸린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설경구)의 사투이다. 희귀병, 그리고 부성애, 또 하나 시놉시스에서는 비밀에 붙여진 살인마(류승범)의 가족사까지. 여기에 용서에 대한 교훈이라면 교훈도 보너스다. (사실 마지막 용서에 대한 나레이션은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이러한 코드들은 대부분의 경우 언제나 한국인의 정서에 들어맞는 코드였다. 실제로 기술시사 당시 출연배우 남경읍 씨의 딸이 충격적인 결말에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Weak Point!

1. 놀라운 반전의 역습, 뒷맛을 찝찝하게 하다

관객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반전은 틀림없이 영화의 장점이고 홍보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작용-반작용의 법칙인지 뭔지 씁쓸한 뒷맛도 함께 남긴다. 사실 마지막 반전 이전에도 스토리 라인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유사한 영화들이 그렇듯 많은 스토리상의 허점이 보인다. 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시나리오 상에서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반전에 반전을 결국 등장인물이 모두 계획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의 문제 자체에서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2. 비위 거스르는 수준의 선정적 부검 씬

<용서는 없다>는 ‘한국 영화 최초로 시도된 리얼한 부검 씬’을 홍보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부검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도 리얼하다. 그래서 관객의 눈을 괴롭힌다. 2년 전 개봉되었던 <더 게임>이 사람의 몸을 열어 보여줬던 장면이 눈에 거슬렸던 것 이상의 충격을 선사한다. 굳이 부검 장면을 모두 보여줬어야 했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검 장면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피의자의 정액을 채취하는 장면 등 과도하게 자극적인 장면들이 가끔 눈에 띈다.


3. 기존 영화들을 섞어놓은 듯 어디서 본 듯한 느낌

정말 정통 스릴러 영화였다. 모든 장면, 미술, 장소가 ‘나 스릴러 영화요’라고 말하고 있었고, 그래서 긴장감을 한시도 풀 수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지속적인 긴장감 때문인지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 30분밖에 안 지났단 말이야? 아직?) 배우 설경구가 자식을 납치당한 아버지로 나온다는 점에서 <그 놈 목소리>가 떠오르고, 부검의(형사)와 살인마의 추격 장면에서는 <추격자>가 떠오른다. 부검의(설경구)가 분노를 이기지 못해 거울을 깨는 장면 등 많은 장면들이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장면들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4. 뜬금없는 설정들에서 터져 나오는 실소

약간 딴소리지만, 극 속의 살인마(류승범)가 금강, 새만금 지역의 환경운동가로 설정되면서 몇 장면에서 대운하드립을 치는데 이 역시 갑자기 ‘이건 뭥미’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가 경찰에게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던가. 필자도 4대강, 대운하 싫지만 이렇게 아예 대놓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돌려서 은유적으로 까는 것도 아닌 애매한 드립은 그냥 잠깐 웃고 싶어진다.


 

그래서 별점은? ★★★ (3개)


스토리나 연기, 연출 같은 기본적 요소들이 다른 한국 스릴러에 비해 크게 빠지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벌써 스릴러 장르가 식상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영화 자체가 식상한 요소를 많이 가져온 것일까? 너무 뻔한 스릴러 문법, 그리고 완급 없이 지속적으로 긴장만 시키는 화면과 음악 속에서 충격적인 결말도 덜 충격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너무 징그러운 시체, 부검 묘사는 눈을 가릴 수 밖에 없게 한다. 한 마디로 스릴러여서 볼만하지만, 스릴러여서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진 않다. 1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