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 영화를 처음 들으면 낯설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알지는 못해도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을 테지만 말이다. 평행이론은 이론의 명칭보다 링컨과 케네디의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100년을 주기로 의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암살당한 요일도 같다. 심지어 그들을 암살했던 범인의 출생역시 100년을 주기로 한다. 나폴레옹과 히틀러 역시 129년을 주기로 같은 운명을 반복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30년을 주기로 사건이 반복된다. 권호영 감독은 미스테리적 요소가 다분한 평행이론에 착안하여 새로운 스릴러물, 평행이론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에서 ‘미래를 안다면 사건은 해결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드러운 카리스마, 지진희
감초같은 배우들의 열연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지진희의 이미지가 밀크남이었다면, 그는 평행이론에서 최연소 부장판사 김석현을 완전히 소화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봄날’의 기억을 잃어버린 고은호나 ‘결혼 못 하는 남자’ 의 까칠남 조재희가 풍기는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암 투병 중인 원로배우 오현경의 출연과 씬 스틸러(scene stealer)로 나온 하정우의 출연 역시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하다. 오현경은 위암 투병중임에도 권 감독의 계속적인 출연 요청에 응하여 어렵게 출연했다고 한다. 그는 평행이론을 주장하는 송기철 교수로 권 감독이 원했던 ‘꼬장꼬장하면서도 전문성이 느껴질 만한 배우’ 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삼한 삼형제에서 주어영으로 열연하고 있는 오지은 역시 똑부러지는 여기자로 나와 섬뜩함을 고조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스릴감을 한층 돋우는 음향효과
탄탄한 스토리라인

평행이론은 CJ 엔터테인먼트 내부 모니터링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검증된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들어진 스릴러물이다. 초반의 약간의 느슨함은 후반에 전개되는 스토리로 뒤집어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검사에게 전화를 하는 범인을 보고, 유괴범이 등장하는 그놈목소리가 떠올랐고, 법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 느낌이 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토리 방향이 소름끼칠 정도로 달라서 놀랐다. 탄탄한 스토리라인 못지 않게 음향효과는 작품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스릴러물 특유의 느낌을 풍기는 장면이 있다. 갑자기 귓가를 뒤흔드는 음향은 심장을 쥐었다 폈다 한다.

 

당신은 운명을 믿습니까.

사주나 타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운명론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흔적을 생년월일과 이름 하나로 다 알아맞히고 앞으로 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을 보면 정말 내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영화를 보고 나면 평행이론에 의해 나와 같은 삶의 궤적을 밟아온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평행이론을 주창한 고고학자 프랭크 조셉은 자신과 100년을 주기로 동일한 삶을 산 고고학자 아쿠나치우스의 삶을 조사하여 심장발작을 면해 살아남았다. 그는 평행이론을 통해 평행이론에 갇힌 자신의 운명을 이겨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