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폭력사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충격을 안겨다 주고 있다. 중앙위의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가 강령이 개정됐다고 발표하자 구호로 의사진행을 방해(필리버스터)하던 당권파 당원들과 중앙위원들이 단상을 점령하려 달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가 폭행을 당한 것이다. 당권파의 일사분란한 단체행동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가운데 폭력사태의 중심에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소속 대학생들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대련은 지난해 반값등록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대학생단체로 당권파의 중심인 경기동부연합이 지도부를 이루고 있다.

폭력사태에 참가한 한대련은 20대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김재연 당선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폭력사건에 주동자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그 죄는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조짐은 벌써부터 보였다. 한대련은 조준호 공동대표가 조사한 부정경선의혹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퇴까지 거부한 당권파의 하수인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중앙위원회 내내 비당권파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다수가 한대련 소속이었음에도 스스로의 견해를 드러내지 않았고 행동에는 정당성도 없었다. 당권파의 의지만을 철저하게 따른 셈이다. 

ⓒ 경향신문

 
문제는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진영논리에 매몰되 진보의 소생 가능성마저 없애는 것처럼 한대련도 20대를 반쪽짜리 세대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주체성이 없는 세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감정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세대, 폭력에 둔감한 세대. 한대련이 그리고 있는 20대의 이미지다. 특히 한대련이 진보학생단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머지 학생단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는 이유다. 자신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진영논리에 휩싸인 한대련과 달리 다른 진보학생단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금 느껴야 하는 건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이다. 한대련은 자신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여기겠지만 우리가 볼 땐 당권파에 휘둘리는 어린애일 뿐이다.  

이제는 그들이 왜 반값등록금 운동을 시작했는지, 그 의도마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교섭단체 구성 계획을 세웠던 당권파에게 다른 저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사실 한대련 소속 총학생회를 가졌던 대학교들 곳곳에선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외부 정치활동에만 치중한 나머지 학내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학생들이 우선시 했던 것은 해결되지 않고 산재해 있는 학내문제의 해결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대련은 자신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을 까맣게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자신들이 왜 대학생단체를 만들고 거기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을 떠올려야 할 때다. 그게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한 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