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낸 등록금이 또 다시 ‘터지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은 한 대학 축제에서 수십발의 폭죽이 하늘로 타오르는 장면을 보며 ‘지금 여러분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다’고 했다.) ‘문화 생산자’이기를 포기한 상업적이고 소비적인 대학 축제 이야기다. 각종 기업 스폰서들이 캠퍼스 내에서 홍보 활동을 벌이고,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독창적인 문화 창조는 자취를 감춰버린 상황. 게다가 수 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연예인 위주의 축제’ 관행도 여전하다.

이번 주 금요일(11일) 열리는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에는 아이유, 태티서 등이, 다음 주 목요일(17일)부터 열리는 성균관대 축제에는 포미닛, 소녀시대, 울랄라세션 등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의 다른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연예인 섭외에 나선 상황이다. 참고로 인기 아이돌그룹을 축제에서 보기 위해 필요한 섭외비는 2,000만 원 이상, 최정상급 팀의 경우 4,000만 원 선이다. 4~6명(2,000만원 기준)의 학생들의 등록금 전액이 연예인이 노래 3곡을 부르는 10분 남짓한 시간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축제의 주객은 전도되었다. 어떤 연예인이 등장할 것이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축제를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주인공의 위치를 잃고 소비자로 전락한 반면, 빈 주인공의 자리를 연예인이 꿰차버렸다. 심지어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입해야만 하는 이상한 축제들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연세대 ‘아카라카’ (티켓 1만원), 고려대 ‘입실렌티’ (티켓 8천원) 등이 그렇다. 입장권을 손에 넣으면 연예인들이 몇 시간 동안 릴레이로 출연하는 ‘뮤직뱅크 공개방송’을 볼 수 있다. 그마저도 입장권을 얻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해 ‘돈 내고 축제를 즐겨야 하는 현실’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대학 축제는 공허하다. 학내 동아리의 공연이 열리는 무대 앞은 휑하고 쓸쓸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주점 문화는 야한 옷차림으로 손님 끌기, 토할 때까지 술 마시기와 같은 악습으로 점철되었다. 학교 내에 설치된 기업 스폰서들의 홍보 부스들과 거기에 긴 줄을 서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뭔가 어색하다. 차라리 연예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그 시간, 그 장소, 그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그나마’ 축제를 닮았다. 어쩌면 공허하고 텅 빈 대학 문화의 허술함을 때우기 위해, 사실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가리기 위해 연예인을 대거 섭외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축제라는 이름을 달았으나 대학 문화의 빈곤함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2012년의 대학 축제에게 고한다. 이제는 하루빨리 연예인과 이별하라. 연예인 섭외에 사용되는 ‘억소리’ 나는 돈을 학우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축제의 변두리로 밀려났던 학생들을 다시 주인공의 자리로 돌려놓아라. 뮤직뱅크와 기업 홍보부스를 캠퍼스 밖으로 밀어내고, 캠퍼스 안에서는 대학생 스스로의 문화를 꽃피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