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진화' 한 인터넷 언론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선언을 두고 쓴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 가을 대선을 앞두고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동성 결혼을 지지해왔던 미국의 유명인들은 이번 오바마의 선언을 환영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는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에게 "동성결혼을 지지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멘션을 보내기도 했다. 동성애 지지 단체에서도 이번 발언을 계기로 동성애에 대한 지지율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여태까지 동성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대선을 앞두고 젋은 층의 지지를 얻으려 지지 선언을 한 게 아니냐"며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밋 롬니도 오바마가 이전에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했던 점을 강조하며 오바마의 '말바꾸기'를 공격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청년층이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는 있어도 보수적 가톨릭계나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오바마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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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정말 정치적인 의도로 이번 발언을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의도가 뭐였든 중요한 것은 그가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언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미국 내 찬성 여론이 2012년 기준 52%인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발언이었다. 손해를 감수한 오바마의 발언은 미국 사회의 변화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박수칠 만 하다. 

"미국이 했다"면 뭐든 따라 하겠다는 한국이 닮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오바마는 미국 군인들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못하도록 한 정책을 폐기했음에도 여전히 차별받는 동성애 군인들을 생각해 이번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동성애 군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군형법 9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8년에는 동성애 차별 금지법조차 보수 단체 및 일부 종교계의 반발로 입법이 무산됐다. 동성 간 결혼은 커녕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한국사회의 모습이 씁쓸하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는 "동성애를 인정하라"는 내용의 광고 현수막 게재를 허용했다. 시내 버스 전자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광고가 나타났다. 물론 반발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기대도 할 수 없었던 작은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보다는 한 발 느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의 대통령이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선언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