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국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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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된 7월 22일  



심사평 : 올초부터 진통을 겪었던 미디어법이 지난해 7월 22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되었다. 미디어법에 맞서는 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 다수의 의견과도 맞지 않는 법안을 의원들이 제대로 출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처리하는(혹자는 초등학교 반장선거와 비교해도 몹시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했을 정도로)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이로써 신문사·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지분 10%, 종합편성채널 지분 30%, 보도전문채널 지분 3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일부 신문사는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경향신문 12월 24일 기사 참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2241758115&code=210000). 국치일이란 말이 굉장히 어감이 세고 일반적으로 한일 강제합병을 한 8월 29일을 이르는 말이라 조심스러웠으나, '나라가 치욕을 당한 날'이라는 본래 뜻과 잘 맞아 선정하게 되었다.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가 된 7월 22일과 끝까지 경합했던 후보는 바로 10월 29일 있었던 헌재의 판결이었다. 그 유명한 '절차는 위법하나 법안은 무효가 아니다'는 어록을 남긴 날이다.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애초에 불씨를 만든 7월 22일의 공이 더 크다고 판단, 올해의 국치일 상을 수여했다.



<올해의 굴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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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정운찬(공동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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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우선 후보를 다양하게 선정할 수 없었던 필자의 역량 부족을 마음 깊이 반성하도록 하겠다. 후보는 달랑 두 명이었는데 그마저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결국 공동수상이 되고 말았다. 방송가 시상식에서 넘쳐나는 공동수상 모습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이 기사를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혹여나 그런 기분을 선사하게 될까 두렵다.

 각설하고 나경원과 정운찬이 굴욕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을 알아 볼까. 100분 토론의 상징 그 자체였던 방송인 손석희의 마지막 방송날, 나경원·노회찬·박형준·송영길·유시민 의원이 나왔다. 그 때 나경원 의원이 시민논객의 지적에 어쭙잖게 변명을 했기에 방송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굴욕'이라는 평을 들었다. 주문을 본인이 읽었다며 헌재 판결문에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나와 있다고 주장한 나경원 의원은 시민논객에 말에 반박하다, 함께 나온 다른 패널들이 시민논객의 이야기에 동조하자 급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렸으므로 미디어법은 유효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는 내정자가 됐을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학계에서 명망이 높았던 데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하는 주장을 많이 폈기에, 총리가 된 후 '소신을 저버렸다'는 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겪은 '대표적인 굴욕'은 지난 12월 13일 고향 충청도를 방문했을 때 계란세례를 받은 것이었다. '세종시 원안을 왜 굳이 바꿔 수정안으로 만드느냐, 우릴 갖고 장난한 것이냐'는 도민들의 질타도 받았다. 반쪽뿐인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긴 하나, 용산 참사 문제에서 협상을 타결시킨 정 총리. 그러나 그의 앞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아 보인다.
 

관련 동영상 : http://mlbpark.donga.com/bbs/view.php?bbs=mpark_bbs_bullpen09&idx=13870&cpage=7&s_work=&select=&keyword - 100분 토론 시민논객과의 대화



<올해의 귀머거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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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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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귀머거리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특히 국민들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말만 하기'를 선보였던 이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자 했다. 다른 후보들도 분명 뛰어났지만 역시나 나랏님 격에 맞게 2009년 한 해 가장 활약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상의 영광을 양보했다. 국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주체를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부'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인물은 바로 이 대통령이었기에 다른 여지가 없었다. 용산 참사 때도 정부의 잘못은 없다는 식이었고, 제일 최근에는 '취업을 못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들 개개인에게 전부 통보를 하자. 통보를 해서 정부가 이렇게 당신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나와서 받을 의향이 없느냐 이렇게 개별 통보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라는 발언을 해 수백만의 취업준비생들을 한 번 더 '달아오르게' 했다. 경인운하는 안 한다고 못박았지만 4대강 삽질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UAE 원전 수주 협상이 성공한 뒤에는 언론도 질세라 '명비어천가'를 외치고 있는 지금, 이 대통령의 귀머거리 행보는 왠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 2, 3위는 꿋꿋이 디자인 수도 서울을 외치며 '거죽 꾸미기'에 힘쓰고 많은 반발 속에서도 광화문 스노우보드 대회를 열었던 오세훈 시장과 배구선수 박철우의 폭행 사건의 책임자였던 김호철 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측은지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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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심사평 : 측은지심. 남을 불쌍히 여겨 언짢아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참조 : 네이트 국어사전 http://kordic.nate.com/dicsearch/view.html?i=38214200). 수상하게 된 MBC 엄기영 사장 이외에도 5명이나 되는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던, 가장 '불꽃튀는 경쟁'을 벌인 부문이었다. 방문진의 횡포를 겪느라 수고한 데다,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했는데도 사표가 유임된 안타까움이 겹쳐 엄 사장이 1위를 차지했다. 엄 사장은 지속적으로 경영 압박에 시달려 왔고 12월에는 그가 제안한 본부장 임원 제안을 방문진이 무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7명의 간부들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던 그는 사표도 유임됐을 뿐만 아니라, '뉴 MBC 플랜'을 앞장서서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맡게 되었다. 이외에도 노제 사회를 본 죄(?)로 스타골든벨 MC직을 급작스레 반납하게 된 방송인 김제동, 100분 토론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가 미심쩍은 이유로 사퇴하게 된 아나운서 손석희, 중앙대 겸임교수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예종이 계좌 동결까지 시킨 진중권, 대표팀 코치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했던 박철우, 예리한 클로징 멘트가 인상적이었으나 지난 4월 교체된 신경민 앵커. 돌아보면 모두에게 참 잔인한 2009년이었다.



<올해의 용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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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가 최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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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fokorean.net/kpninfo/data/file/06_2/1153788179_sy4BNLKF_download.jpg



심사평 : 원주시정홍보지 만평에 화제의 이명박 대통령 비판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 최 모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곤란하게도 그는 현재 공무집행방해죄로 3백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진 상태다. 처음 이 만평이 올라왔을 때부터 네티즌들은 최 모씨의 안위를 걱정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이미 정부의 손아귀에 있는 이 마당에, 이렇게 대놓고 비판 문구를 써 놓은 그가 당연히 위협받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용납해야 할 선인지는 사람마다 각자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대통령 비판을 공무집행방해죄로 몬다든가 영세한 시사만화가에게 300만원이나 되는 큰 벌금을 물리는 건 과했다고 본다. 최 모씨는 벌금형으로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불구속 기소까지 됐으니 '대통령을 까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용자의 삶은 순탄치 않구나!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습니다”(2009년 1월 1일)

등 주옥 같은 클로징 멘트로 어록(네이트 뉴스 참조 : http://news.nate.com/view/20090414n14638)을 남긴 신경민 아나운서와 이 대통령에 대한 의미심장한 오프닝 멘트를 쏘았던 시사자키 김용민이 아쉽게후보로 머물렀다.



문제의 오프닝 멘트


<올해의 삽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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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심사평 : 삽질은 삽으로 땅을 판다는 아주 원초적인 뜻 외에도, '쓸모없는 일을 하다'는 뜻을 지닌 우리나라만의 관용어다. 올해 가장 화려한 활동을 보여준 정치인 겸 방송인 허경영에게 이 상을 주기로 했다. 기상천외한 공약과 정치인 박근혜와의 미묘한 러브라인 형성 등 지난 2007 대선에서도 잔잔한 화제를 일으켰던 허 총재는 아예 웃음 잃은 국민들에게 빅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투신하기로 했나 보다. 'Call me' 디지털 싱글을 발매해 상당한 반응을 얻었으며 홍대에서 콘서트를 연 것도 모자라 캐롤송 앨범도 제작했다. 이상하리만치 열광적인 허경영 신드롬을 해부하기 위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부작으로 관련 방송을 내보냈고, 경제공화당 측은 고소하겠다고 한바탕 난리를 벌인 적도 있다. 그러나 초반 신선하고 재미있다, 큰 웃음을 준다 등 호평일색이었던 반응은 점차 냉소적으로 변해 가는 중이다. 칭찬도 자꾸 들으면 짜증이 나는데 그의 헛소리(허 총재님에게 한 소리 들을까봐 무섭다)도 퍼레이드로 계속 듣게 되면 '이제 그만 좀 해'란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애쓴 것에 비해 사람들의 반응이 확 와닿지 않으니 아쉽게도 그의 행적들은 '삽질'이란 말로 정리할 수밖에 없겠다. 또한 4대강 '살리기'를 끝끝내 밀어부치며 다시금 토건국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4대강 사업과 주말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벌인 17억원 짜리 스노우보드 대회도 올해의 삽질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실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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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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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2009년 한 해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던 해이기도 했다. 정치, 학술, 연예계 등 각계에서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들려 왔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긴 김수환 추기경, 급작스러운 자살 소식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등 다수의 책을 펴낸 서강대 장영희 교수, 노무현 대통령 이후 한 해에 둘째로 맞는 큰 장례의 주인공이었던 김대중 대통령까지 우리 곁을 떠났다. 이 물결은 특히 연예계에서 두드러졌는데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배우 여운계, 위암 투병을 하다 꽃다운 나이에 진 배우 장진영, '장자연 리스트'로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배우 장자연의 죽음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세계적인 톱 모델 김다울의 자살도 세간의 화제에 오르내렸다. 뿐만 아니라 새해 벽두부터 벌어진 용산 참사 때문에 6명의 고귀한 생명이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었다.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었기에, 올해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 자로 저승사자를 지목할 밖에 도리가 없었다. 올 2010년에는 저승사자의 출몰이 잠잠해지기를.



<올해의 찍히면 죽는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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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http://cfs5.tistory.com/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YmxvZzUyOTY0QGZzNS50aXN0b3J5LmNvbTovYXR0YWNoLzAvOC5qcGc%3D


심사평 : 창조한국당에게 2009년은 아주 혹독한 해였다. 창조한국당의 대표이자 상징인 정치인 문국현에게는 더더욱. 그는 당선무효를 선고받았고 정치 생명에 무척 큰 타격을 받았다. 문 전 대표는 경향신문,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 정부에서 손볼 대상 1순위'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한정 전 의원의 '돈 문제(공천헌금)' 때문이었다. 청렴하고 사람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신선한 정치인으로 평가됐던 문국현은 결국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일등공신 중 하나인 이재오 현 국민권익위원회 의원장을 위협하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사법심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야 4당 대표도 한 목소리로 '정치적 심판'을 반대했다. 또한 그의 재판에는 늘 보수적이고 친정권적인 인사들이 개입됐으며(천성관, 박홍우, 신영철 등), 본격적으로 재판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시점이 이재오 위원장의 정치계 복귀 전이었다는 점도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튼 이 정부에 밉보이면 이런 치명적인 결과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탐탁찮은 교훈을 얻게 된 사례였다. PD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김보슬 PD도 후보군에 있었으나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의 낚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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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http://file.mk.co.kr/meet/neds/2009/10/image_readtop_2009_561619_1256855697207104.jpg


심사평 : 10월 29일은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가 과연 어떻게 법의 심판을 받는지 결정되는 중요한 날이었다. 명동에서 진알시 회원들과 함께 신문을 돌리고, 몇십 일 째 치러지고 있는 미디어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더욱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올해 있었던 가장 '인상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표결 과정에 위법한 요소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미디어법 처리는 무효가 아니다라는 뜨뜻미지근한 답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부 장면만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나중에 결과 화면을 보고 놀라는 상황도 벌어졌다.  헌재의 판결은 희대의 낚시극이라는 조롱섞인 비판이 가시지 않았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프사이드를 했으나 골은 인정',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당선은 됐으나 대통령은 아니다' 등 셀 수 없이 많은 응용작이 쏟아져나왔다. tvN에서 야심차게 방영한 <80일 만에 서울대가기> 역시 엄청나게 대단한 비법을 소개할 것처럼 하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6, 9월 모의고사를 잘 봐야 하고 30일 동안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필살공부법을 알려준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참조 - http://goham20.com/132). 이 상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누구보다 '낚시'에 앞장서고 있는 선두주자가 언론임을 상기하며 자성하기도 했다. 고함 역시 그럴듯한 제목 아래 부실한 내용으로 선의의 독자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올해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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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는 위법하나 무효는 아니다






심사평 : 각 언론사에서 정리한 올해의 말말말 시리즈를 보니 거의 방송·연예계에서 '뜬' 말이 많았다. 엣지 있게, 똑바로 해 이것들아, 조금 불행한 거예요 등등. 고함20은 얼마나 큰 울림과 파장을 주었나를 우선으로 하여 5가지를 어렵게 추려냈다. 첫 손에 꼽은 말은 '절차는 위법하나 무효는 아니다'였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3관왕 기록을 세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고함20이 미디어로서 기능하는 곳이다 보니, 언론계에 대단한 파장을 일으킨 이 말이 가장 위력적이었다고 여겼기에 수상을 확정하게 되었다.

 선정된 말들은 어디서나 화제가 되는 말이었다. 단, 마지막 말인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점을 밝혀 둔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이라고 생각하여 뽑았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말로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언인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을 들 수 있다. 평생 사랑과 평화를 제일의 가치로 두고 살았던 그의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난 아름다운 말이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사랑을 전파하고 간 김수환 추기경의 말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취임 이후 경솔한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던 유인촌 장관은 올해도 한 건 했다. '찍지마' 이후 그의 키워드는 '세뇌'였다. 한예종 통폐합 문제로 시위하던 학부모와 학생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반말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유 장관의 내년 활약도 기대해 본다.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의 입에서도 '막말'은 이어졌는데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는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금씩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중파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향한 외모 공격'으로 여러 가지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