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 포스터 ⓒ고함20


벌써 3년이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는 갑작스러운 속보.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노 전 대통령을 함께 기억하기 위한 추모 문화제가 대전, 서울에 이어 5월 20일 부산에서 열렸다. 이번 콘서트 이름은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무지개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고, 만질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무지개의 실체가 분명히 존재함을 안다. 우리의 희망도 그러하다.”고 밝혔다.

추모콘서트를 찾아온 시민들 ⓒ고함20


공연 장소인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야외운동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풍선을 달기 시작했다. 콘서트 무대에는 밀집 모자를 쓴 노무현 대통령 그림이 크게 걸려있었다. 아직 해가 뜨거웠지만 일찍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시간이 흘러 공연 시작 10분 전인 6시 50분, 공연장 입구가 시끌시끌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문성근 전 대표 등이 온 것이다. 그들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왔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자원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문 고문이 자리를 잡고도 시민들이 다가와 싸인을 받고 사진을 찍어 공연시간은 10분쯤 지연되기도 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문재인 의원 ⓒ고함20


왼쪽부터 이해찬 의원, 문재인 의원, 문성근 전 대표 ⓒ고함20


공연이 시작할 쯤 공연장 객석과 주변 스탠드까지 시민들이 가득 찼다. 공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됐고,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졌다. 하지만 본격 토크쇼가 시작되자, 탁현민 교수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객석은 웃음 소리가 자주 터져나왔다.

이번 추모문화제 기획자인 탁현민 교수 ⓒ고함20


‘낙선 멘붕 토크쇼’에는 문성근, 김영춘, 김경수, 천호선이 무대에 올랐다. 모두 4월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이다. 열심히 유세 운동을 했던 문성근은 “봉하에 가서 국회의원 당선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은 “거짓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요구했던 기준을 자신 스스로에게도 따지셨던 분”이시라며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탁 교수는 “낙선의 아픔은 가족을 잃는 것과 비슷한 크기의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며 낙선 의원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천호선, 김영춘, 김경수, 문성근 낙선 후보들이 4.11 총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함20


두 번째 토크쇼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함께하는 ‘새로운 희망, 2012 대선플랜 토크쇼’였다. 문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에 부산지역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들이 많다”며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지지율을 얻어서 이제 부산 시민은 지역주의 이야기 안 들어도 된다”고 총선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독기 같은 것을 느낀다”며 “그에 비하면 오히려 우리쪽이 긴박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상당수 시민들이 호응하는 반응을 보였다. 탁 교수가 대선 행보에 대해 묻자, 그는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추도식이 끝나면 노무현 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러난다. 그 뒤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밝히겠다”며 진지하게 답했다.

새로운 희망, 2012 대선플랜 토크쇼 ⓒ고함20


한편, 이날 토크쇼 중에는 문 고문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공연을 보던 중 갑작스레 토크쇼에 초청되는 일도 있었다.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 “굉장히 강단 있게 모든 생을 던져서 해내는 면이 있다”며 “만약 그런다면(대선에 나선다면)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토크쇼를 마치고 문 상임고문은 문성근 전 대표,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선거기간동안 보였던 춤을 춰 보이기도 했다.

꽉 찬 객석과 노란 풍선 ⓒ고함20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 ⓒ고함20



3주기 추모 콘서트는 전반적으로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 날 토크쇼 중간 중간에는 강허달림, 박경종, 피아, 이한철 밴드가 등장해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면 공연장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봉하 마을 전경이 나오고,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다음 순서가 진행되자 시민들은 또 웃고, 즐기며, 춤도 췄다. 이번 추모콘서트에서 시민들은 슬프고 애통해하기보단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했다. 비가 내린 뒤 무지개가 생기고 다시 해가 떠오르듯이, 이 날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절망 속에서 피어날 희망을 기대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콘서트 무대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