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버스. 좌석이 알록달록해졌다. 노란색은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자리, 핑크색은 임산부를 위한 자리이다. 색으로만 구분 한 것이 아니라 그림과 글씨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표시도 해 놓았다. “노약자와 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자리를 비워둡시다.”라고 안내방송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임산부가 아니었다. 평범한 학생, 주부 누구 할 것 없이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임산부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임산부 배려석

유산의 80% 이상이 임신 12주 이내에 가장 많이 나타날 정도로 임신 초기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임신 초기의 임산부는 충분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만삭의 임산부의 경우 장시간 서있을 경우 태아에게 가는 혈관이 눌리고 산소가 부족해져 태아의 건강에 위험이 올 수 있다. 또한 조산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임산부는 안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를 위한 좌석이 같이 있어 임신 초기의 산모들에게는 불편한 좌석이 되어버렸다. 또한 좌석 자체가 경로석으로 인식되어 임산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좌석을 비켜주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래서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산부만을 위한 좌석이 따로 만들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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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의 실태

달리는 전철 또는 버스 안. 눈에 띄는 핑크색 좌석. 바로 위에 붙여져 있는 임산부의 자리 표시. 안내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임산부와 태아를 위한 배려 멘트. 하지만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 핑크색으로 되어 있는 좌석에는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이 앉아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노래를 듣거나, 잠을 잔다. 그들 앞에 임산부가 서 있지만 그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임산부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일부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산부들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고 호통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일반좌석은 물론 임산부 배려석에서 조차 임산부에 대한 배려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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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부족한가요?

정부에서는 임산부 배려석의 홍보를 위해 홍보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대중교통 이용시 음성으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안내를 했다. 또한 눈에 띄는 핑크색을 사용하여 좌석을 튀게 만들고 그 위에 글씨와 그림을 넣어 누구라도 임산부를 위한 자리임을 표시해 두었다. 그 외에 임산부를 나타낼 수 있는 배지 등을 임산부에게 배포하여 사람들이 임산부를 알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실용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든다. 이는 '더 이상 정부의 노력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것은 물론 개개인의 생각의 변화와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함을 보여준다.


임산부 배려석이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다가온다. 임산부 배려석이 따로 마련이 되어야 할 정도로 서로 간에 배려가 부족해 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임산부를 향한 배려가 충분 했었다면 핑크색으로 도배된 좌석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임산부 배려석을 떠나서 진심으로 임산부와 태아를 위해 자리를 비켜줄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