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또 한 명의 ‘벼락 스타’를 만들어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몰랐지만 이제 전국민이 알게 된 탈북자 청년, 바로 백요셉 씨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폭언을 퍼붓고 막말을 했다는 글을 남겼다가 요즘 한창인 ‘종북 논란’을 등에 업고 조선일보 1면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백요셉이라는 인물이 주목받게 되고, 임수경과 더불어 검색어 1위를 다투게 된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국 언론들의 행태가 만들어낸 이상한 이슈라는 것이다.

SNS 상에서 백요셉 씨의 글이 화제가 된 이후 이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뉴데일리와 빅뉴스였다. 극우파 언론으로 분류되는 이들 매체는, 백요셉 씨의 페이스북 글을 토대로 보도를 하고 즉시 칼럼을 게재하며 임수경 의원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를 머니투데이, 헤럴드생생뉴스 등 온라인 위주의 매체들이 ‘빠르게’ 받아쓰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의 기본인 ‘팩트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정보의 출처는 한 일반 개인의 페이스북에 불과했고, 백요셉 씨가 보유하고 있다는 녹취록은 여전히 공개된 상황이 아니다.

다음은 국내 구독율 1위 신문인 조선일보였다. 최초로 이슈가 터진 3일, 조선일보는 인터넷판 기사를 작성했는데, 이때만 해도 문장의 어미를 ‘주장이 제기됐다, 말했다고 한다’는 식으로 아직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4일자 사설을 통해 ‘임수경의 조국은 북조선공화국인가’라는 ‘강한’ 내용을 넣어 임 의원을 비판했다. 이는 녹취록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백요셉 씨의 페이스북 내용을 ‘진실’이라고 가정했다는 점에서 ‘너무 많이 나간’ 것이었다. 게다가 7일자 신문 1면에는 백요셉 씨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게재함으로써 이 사건을 완전히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백요셉 씨와 임수경 의원에 관한 후속 보도들도 가관이다. 각종 매체들은 두 사람의 과거 행적이나 과거 인연 등에 관해 ‘연예 전문 매체’식으로 다루면서 이슈를 재생산하고 있다. 특히 7일 헤럴드생생뉴스가 ‘[단독]’ 표기를 자랑스럽게 달아 가장 먼저 보도한 백요셉 씨의 과거 발언 기사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끝을 보여주었다. 백 씨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과거 안철수, 정동영에게 각각 ‘소인배’, ‘짐승만도 못한 xx’라고 기술한 지극히 사적인 글들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보도 역시 머니투데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등이 차례로 받아쓰면서 전 언론으로 확산됐다. 언론들은 이미 백 씨가 ‘공인’이라도 된 듯 대접하는 것으로 보인다. SNS를 ‘털어서까지’ 백 씨를 이슈화시키려고 하다니 말이다.

사실상 한 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은 탈북자 문제 전체로 번졌고, 여야는 막 개원한 19대 국회 업무 대신 색깔론 대 역색깔론의 지리멸렬한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은 바로 ‘도대체 왜 이래’ 싶을 정도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 언론들이다. 백 씨의 글이 진실인지, 진실이라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아직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사실, 언론은 이러한 보도를 쉽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국 언론에 실망하는 일도 이제는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