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주말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월요일입니다. 오늘은 하나의 주제만을 얘기했던 그동안의 데일리이슈와 다르게 준비를 해봤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쯤 <고함20> 독자들께선 사람 붐비는 대중교통 안에서 이 글을 보고 계시겠군요. 다들 졸린 눈을 부비면서 출근하시느라 등교하시느라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고통스럽지만 그것도 일상이겠죠.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일상을 위해, 미래를 위해 노동에 매진하거나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만약 고함20의 독자들처럼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면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걱정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바로 정치인들의 역할입니다.

그 정치판이 시끄럽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이 금배지를 달았지만 19대 국회 개원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이해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고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의 대립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눈길을 끄는 건 통합진보당 사태겠지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은 이 때다 싶어서 야권 전반에 빨간색을 덧씌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종북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색깔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 동아일보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매카시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는 이상돈 교수는 역풍을 우려했고,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통합진보당 사태는 이념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적확한 지적입니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단순히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속해 있는 당권파가 종북세력이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민주주의적 해결방법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자유민주주의는 오히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념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미 두 번의 쿠테타로 더렵혀졌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테타의 주인공이었죠. 그들은 어지러운 정국을 틈타 군대를 이끌고 청와대를 점령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거나 의견, 방향이 다른 인사들을 비롯한 국민들을 탄압하고 고문했습니다.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민들에게 총을 쏘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아버지의 공만 취한 채 과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며 2000억 여 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도 8억 원이 넘는 돈이 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 JTBC

 
그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부자들을 초청하는 육군사관학교행사에 참여해 사열을 받았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1000만원의 기부자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해명해왔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났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일부에선 검찰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 그런 의지가 있을까요. 검찰은 이 대통령과 연관된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와 딸 정연 씨에 대한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국회의원 두 명뿐인 ‘종북세력’? 숫자로 따져 봐도, 국민들의 차가운 여론을 생각해봐도 국회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할 겁니다. 그들이 속해있는 통합진보당도, 우군이었던 민주당도 이미 등을 돌렸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죠. 쿠테타를 일으키고도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와 유통기한이 없는 권력인 검찰의 위험성은 이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국가반란의 주도자가 이렇게 행세하는 이상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검찰의 위험도는 그보다 높으면 높았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말했다시피 그들은 선거기간에도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