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가 한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것은 오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라는 이름을 내걸고시작한 정치 토크쇼가 그 시발점이었다. <나꼼수>는 순식간에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 후 순식간에 팟캐스트는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컨텐츠가 되었다.

하지만 본래 팟캐스트의 목적과는 달리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라디오 방송들을 다운받아 듣기 바빴다. 또한 <나꼼수>열풍은 팟케스트를 정치 콘텐츠에 치우치게 만들었고 수많은 <나꼼수> 아류를 생산했다. 그렇다면 팟캐스트의 특징을 잘 살린, 날 것의 미디어를 표현하고 있으며 참을 수 없이 가볍기(?)까지 한, 그런 콘텐츠는 없을까.

<소설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소설가 김영하가 만들어 간다. 짧으면 삼일에서 길면 네 달의 업로드 주기를 자랑하지만 벌써 40회를 맞이한 장수 팟캐스트이다. 김영하, 자신의 소설만을 읽어주려던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세계문학, 한국문학, 시 등 문학의 모든 범주를 아우르고 있다. 책 선정부터 업로드까지 모두 김영하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책 선정의 기준은 ‘김영하의 마음’이고 선정되는 책 모두는 김영하의 개인 서가에 꽂혀있는 것이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의 포맷은 간단하다. 매회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청취자와 나누고 싶은 부분은 발췌해 읽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들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큰 줄기는 공유하지만 각각의 변주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만을 읽어 내려가고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책의 저자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드문드문 비치는 김영하의 추억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다양한 양념으로 얹어진다.

<김호정 기자의 고전적 하루>


중앙일보의 음악 전문 기자로 재직 중인 김호정 기자의 <고전적 하루>는 현재 시즌 2까지 업로드 되어 있다.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의 범주 중 클래식에 집중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이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그에 상응하는 음악과 배경 설명으로 빼곡하게 채운다. 저작권 문제로 한곡을 온전하게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지만 2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하나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맛볼 수 있다. 

<고전적 하루>는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지루하다’는 동사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클래식의 이론이나 특색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이 올라가지 않았던 소프라노의 이야기, 클래식계의 커플 등 매회 색다른 주제들이 채워진다. 음악계의 주목할만한 일을 소개 받으며 클래식과 한 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팟캐스트, 존재의 이유

팟캐스트(podcast)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청취자들은 파일 형태로 된 뉴스, 강의, 음악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등록하거나 내려 받을 수 있다. 모든 이들은 청취자이며 동시에 등록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팟캐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전문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어떠한 주제든 방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나간 라디오 방송을 위해서, 혹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만 팟캐스트를 이용해 왔다면 이번 기회에 조금은 거칠지만 다소 경쾌한 얼굴의 팟케스트를 만나보는 것을 어떨까. 물론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